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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구매약정 6배 늘린 엔비디아…시장은 재고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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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실적에도 주가 5% 급락

    매출 90% 이상 AI DC에 쏠려

    수요 둔화땐 ‘빚투’ 고객사 위축

    재고 쌓이고 마진 줄어 직격탄

    韓 반도체 업체도 타격 불가피

    실적 발표 뒤 월가 공매도 공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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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쓰고도 월가의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매출의 90% 이상은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빅테크)가 빚을 내 투자하는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체들에 약속한 ‘구매 약정’ 규모까지 1년 동안 6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엔비디아가 전후방 사이에서 위험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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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해진 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 대표는 이날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전날 엔비디아가 공개한 실적 가운데 구매 약정 규모가 1년 동안 162억 달러(약 23조 3100억 원)에서 952억 달러(약 135조 9900억 원)로 6배 급증한 점을 꼬집었다.

    구매 약정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가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후방 산업 칩 생산 업체들에 일정 수량을 사겠다고 미리 약속한 물량이다. 구매 약정과 재고 등을 포함한 총공급 의무는 약 1170억 달러로 엔비디아의 연간 영업 현금 흐름 규모와 같다. 버리는 “엔비디아가 미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 대량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더 많은 현금이 장기간 묶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버리는 엔비디아의 구매 약정 구조가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대의 시스코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시스코가 대규모 구매 약정을 체결했다가 수요 위축으로 2001년 25억 달러 상당의 재고를 상각한 점을 상기한 것이다. 버리는 “지금 엔비디아에 일어나는 일은 일시적이지 않은(Not temporary)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월가는 엔비디아 고객사인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 등의 ‘빚투’가 무너지면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체에 한 구매 약정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방의 하이퍼스케일러가 AI로 번 돈이 아닌 빚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고 있는 셈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에 신용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엔비디아를 거쳐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도 타격을 입는다.

    월가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실제 자본지출(CAPEX) 규모가 약 7000억 달러(약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회에서 투자은행(IB)의 첫 질문 역시 이것이었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스케일러는) 현재 3000억∼4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기반이 깔려 있지만 이는 아직 적은 수준”이라고 낙관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를 압도하지 않은 점도 월가의 기대를 낮췄다. 실제 엔비디아가 전날 발표한 4분기 매출은 금융 정보 업체 LSEG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 662억 달러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쓴 것도 벌써 11개 분기 연속이라 월가의 체감도 역시 낮아졌다. 반면 월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 중국 시장 재진출 난항, 오픈AI에 대한 투자 축소 등 부정적인 상황은 훨씬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애덤 필립스 EP웰스어드바이저스 투자총괄은 “회사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현재 투자자들의 기준이 너무 높다”며 “월가를 감동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이튿날인 이날 하루에만 5.46%나 폭락하면서 그간의 상승분을 단번에 반납했다. 이날 주가 하락 폭은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4월 16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0.9% 내리며 연간으로도 약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의 헤지펀드 스탠필캐피털파트너스를 이끄는 마크 스피겔은 최근 엔비디아 주식을 공매도하기도 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여전히 AI의 하드웨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LSEG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에 대한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 66명 가운데 61명이 ‘매수’나 ‘강력 매수’ 의견을 냈다.



    [긴급] 엔비디아 역대 최고 실적 발표! 그런데 나스닥은 왜 피바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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