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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8 (토)

    비즈니스席으로 날아간 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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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평등주의냐 성과주의냐

    여자 대표팀 처우 논란

    지난 19일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다음 달 열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승부와는 별개로 이들은 공항에서 감격에 젖었다. 사상 처음 선수단 전원에게 비즈니스석 항공편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1990년 여자 대표팀 출범 이래 36년 만이었다. 똑같은 국가대표여도 남자팀과 달리 여자팀은 이코노미석이 관행이었다. 피로와 부상이 염려되면 사비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전통이었다. 참고로 대한민국 피파(FIFA) 랭킹은 남자가 22위, 여자가 2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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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우 개선 성명에 앞장선 여자 축구 대표팀 간판 지소연이 강슛을 날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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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합리적인 교통편·숙소·이동 환경을 즉시 제공해주십시오.” 참다못한 선수들이 처우 개선 요구 성명서를 대한축구협회에 보냈고, 지난달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육로 이동 시에도 대표팀 표식 없는 일반 관광버스를 타야 하는 자괴감 등이 담겨 있었다. “기본적인 존중과 권리에 대한 문제”라며 일부는 대회 보이콧까지 시사했다. 협회는 결국 지난 10일 “올해부터 일정 시간 이상 장거리 항공 이용 시 선수단 전원에게 비즈니스석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대표의 자긍심은 동일하다”는 보편론 못지않게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거셌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수익은 후원사(365억원)·입장료(180억원)·중계료(136억원) 등 대부분 남자 대표팀에서 나왔다. 축구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건 세계적으로도 아직 남자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여자 동아시안컵 결승전 관중은 597명에 그쳤다. 인기와 규모에서 외면당하는 현실, 처우 불균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여자 대표팀 예산으로 약 19억원을 배정했다. 남자팀의 10% 수준이다. 여자팀 주장 지소연(35)은 “변화를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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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호주로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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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지난해 41개국 국가대표 여자 선수 407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75%가 비행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에 대한 불평, 축구계에 불고 있는 ‘남녀 동일 임금’ 운동과도 궤를 같이한다. 일례로 월드컵 출전 수당이 남자의 절반 수준이었던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국제 성적을 근거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여자팀은 월드컵 우승컵만 네 차례 들어 올린 반면, 남자팀 최고 성과는 1930년 월드컵 4강 진출에 그쳤다는 것. “우리는 더 받을 자격이 있다.” 법정 투쟁이 시작됐고 당시 바이든 대통령 후보까지 가세하며 결국 2022년 목적을 이뤘다. 물결은 캐나다 등으로 퍼져 나갔다. 올해 여자 아시안컵이 열리는 호주 역시 남녀 국가대표에게 동일 임금을 지급한다.

    좌석에 더해 ‘의상’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7일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전 국가대표 조소현(38)의 인스타그램이 화근이었다. “한국은 이런 거 없나?” 직전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중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PRADA)로부터 선수단복을 지원받는다는 뉴스를 공유하며 올린 글이었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비즈니스석 제공 발표 직후 ‘명품 옷’까지 요구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남녀 대표팀은 지난 월드컵에서 동일한 국내 의류 회사의 단복을 협찬받아왔다. 중국 매체 텐센트망에는 “한국 여자 축구 베테랑이 부실한 경기력과 과도한 요구 등에 대한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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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입은 국산 선수단복(왼쪽)과 올해 아시안컵을 위해 프라다가 협찬한 중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단복. 사진 속 노랗게 머리카락을 염색한 선수가 조소현이다. /캠브리지 멤버스·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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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는 결과로 증명하는 분야이기에, 처우 개선과 동시에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옆 나라 일본 역시 여자 대표팀은 찬밥 신세였다. 피파 랭킹 8위로 남자팀(19위)보다 훨씬 높은데다 2011년에는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한 강팀임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앉아야 했다. 남자팀은 전원 비즈니스석. 2012년 올림픽 출국 당시까지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판을 뒤집은 건 이들의 실력이었다.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귀국 항공편은 비즈니스석으로 승급됐고, 이후 새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의 비즈니스석도 2002년 월드컵 이후에야 정착될 수 있었다”며 “더 나은 경기 환경과 활약이 동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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