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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8 (토)

    ‘처음’이란 말을 허락해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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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나태주 시인 ‘3월’ 중에서)

    어느새 3월이 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력의 두 번째 장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3월은 1년의 세 번째 달이지만 왠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새 학기를 맞는 학생들의 분주한 발걸음 때문일까요, 하나 둘 들려오기 시작하는 꽃 소식 때문일까요.

    그런데 고대 로마 시대에는 원래 3월이 1년의 첫 번째 달이었습니다. 나중에 1월과 2월이 앞에 끼어들면서 순서가 밀려났지만요. 아시다시피 3월(March)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라틴어로 ‘마르스의 달’을 뜻하던 ‘Martius’가 변형돼 오늘날의 ‘March’가 된 것이죠. 3월은 얼었던 땅이 녹고 날씨가 풀리면서 로마 군대가 원정을 재개하기 좋은 시기였고 밭을 갈며 한 해 농사의 첫발을 떼는 때였습니다. 전쟁의 신이지만 ‘농업의 수호자’이기도 했던 마르스의 이름이 이 달에 붙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 절기인 경칩과 춘분이 들어 있는 3월은 겨우내 땅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생명이 고개를 들고 사람들이 농사를 준비하던 달이었습니다. 그렇게 예로부터 3월은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그 옛날 이야기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3월이 되면 뭔가를 다시 해보고 싶어진다는 사실을. 연초의 결심이 다소 흐트러졌더라도 괜찮습니다. 1월과 2월은 올해 계획을 준비하면서 몸 푸는 시간이었다고 슬쩍 둘러대도 됩니다. 3월은 ‘처음’이라는 말을 허락해 주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은 달이니까요. 출발선에 서면 됩니다.

    어김없이 오고야 만 3월입니다. 미뤄두었던 일, 망설였던 도전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기지개를 켤 시간입니다.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봄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어붙은 흙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우리 안의 열정도 봄기운을 받아 피어날 겁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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