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미국 투자 실탄 확보 위해 환오픈
삼성重, 예측 가능 경영 위해 완전 헤지 고수
HD현대, 실리·안정 균형 맞춘 유연한 환대응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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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수빈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상회하며 뉴노멀로 자리 잡은 지금, 국내 조선업계는 고환율 기조 속에서 각기 다른 재무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수주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사들에 고환율은 대금 수령 시 막대한 환차익을 안겨주는 우호적 환경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환헤지 비율은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선박 건조 대금의 상당 부분을 인도 시점에 받는 헤비테일 계약 구조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노출을 극대화한다. 3~4년 전 저환율 시기에 수주한 물량이 현재의 고환율 시점에 인도되면서 발생하는 환차익은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조선사가 채택한 환헤지 비율은 단순한 재무 지표를 넘어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과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 한화오션, ‘환오픈’ 마이웨이, 미국 투자 실탄 확보 총력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 3사 중 환노출 수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사실상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을 그대로 누리는 ‘환오픈’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화오션의 선물환 매도 계약은 총 8억6400만 달러 규모다. 이는 전체 수주 잔액인 28조9043억 원 대비 헤지 비율이 3.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령하는 달러 대금을 원화로 확정하지 않고 달러 현찰로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환노출 전략의 배경에는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대 자본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 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고환율 시기에 달러를 원화로 강제 환전할 경우, 향후 해외 투자 시 다시 달러를 매입해야 하는 이중의 환전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보유한 달러를 그대로 유지하며 직접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재무적 실익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환오픈 전략을 당분간 이어갈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 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환헤지 확대 권고와 관련해 “정부 정책과 관련한 변동은 그렇게까지 없는 것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투자, 회사 전체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서 헤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100% ‘철벽 헤지’ 유지, 안정 경영 올인
삼성중공업은 한화오션과 대조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하는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기본 원칙은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대금 전체를 해당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100% 완전 헤지 방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분야 수주 잔고는 약 25조8751억 원이었으나, 이에 대응하는 달러 선물 매도 계약 금액은 약 217억 달러(약 31조8686억 원)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는) 100% 환헤지를 하고 있다”며 “환율로 인한 이익과 손해를 모두 갖지 않는 것이 우리의 환헤지 목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장기간의 업황 불황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수익 확대보다는 비용 축소와 예측 가능한 경영 활동에 방점을 찍은 결과다. 외부 변수인 환율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건조 효율에 집중하겠다는 철학이지만,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 전략이 환율 변동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예측 가능한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현재의 환헤지 올인 전략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 실리와 안정의 줄타기, 40% 헤지 황금비율
HD현대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D현대의 수주 잔고 45조 원 대비 달러 선물환 매도 계약 규모는 약 18조4000억 원으로, 약 41% 수준의 환헤지 비율을 운영 중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계열사들도 대략 30~40% 정도의 환헤지 비율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대응 방식은 환율 상승 시기에 일정 부분의 환차익을 확보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환율 급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절반가량 마련해 두는 균형 잡힌 접근이다. HD현대는 수주 물량의 특성과 대금 인도 일정에 맞춰 헤지 비중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최근에는 선수금 비중이 높은 톱헤비 계약 비중을 높여 환노출 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HD현대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1조2594억 원, 영업이익 6조996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고환율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정부의 외환 시장 안정화 요청이 있을 때마다 적정 수준의 선물환 매도를 통해 정책에 협조하면서 기업 내부의 실익도 놓치지 않는 노련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국 환안정 권고와 충돌...슈퍼 사이클 결실 가를 ‘환율 방정식’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수출 기업들에 환헤지 확대를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선물환 매도 물량은 외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3사는 각 사의 재무 상황과 미래 투자 계획, 리스크 관리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1400원대 고환율 시대를 맞이한 조선 3사의 엇갈린 환헤지 전략은 향후 2~3년 내 인도 시점이 도래하는 선박들의 최종 수익성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 사가 선택한 리스크 관리 방식이 향후 슈퍼 사이클의 결실을 어떻게 나누게 될지에 대해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예고돼 있다./q00006@sedaily.com
이수빈 기자 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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