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는 10조 원으로 추산된다.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콘텐츠 소비는 모바일 기반 숏폼 서사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코코미디어는 이 흐름을 겨냥해 2월 말 기준 중국 웹소설 IP를 약 1,500개 수준으로 확보했다. 단순 수집이 아니라 장르·타깃·영상 전환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별한 전략적 파이프라인이다. 회사는 4월까지 1만 개, 연내 5만 개 규모의 IP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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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표가 중국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체감한 건 '속도'였다.
"중국은 기획부터 제작, 유통, 데이터 피드백까지의 사이클이 매우 빨라요. 실패를 전제로 빠르게 고쳐 나가는 구조가 이미 정착되어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완성도 중심, 리스크 회피형 구조가 강해요. 장점이 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속도가 경쟁력이에요."
초기에는 전통 방송과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모바일 소비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창업을 결심한 건 숏드라마가 단순 유행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걸 중국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귀국해보니 국내는 여전히 실험 콘텐츠 수준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게 포맷의 한계가 아니라 설계의 실패라고 봤다. 안정적인 중국 커리어를 뒤로 한 선택이었지만, 한중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판단이 그를 움직였다.
"단순 제작사가 아니라 IP 확보부터 로컬라이징, 숏드라마화, 글로벌 유통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게 기회였죠."
노 대표의 차별성은 한국과 중국 양쪽의 제작·유통 구조를 직접 경험하며 두 시장의 소비 패턴과 수익 모델을 체득했다는 데 있다. 코코미디어의 3개 법인 구조도 이 설계 철학의 산물이다. 코코스토리즈는 중국 웹소설 IP를 확보하고 로컬라이징한다. 코코미디어는 숏드라마를 제작·유통한다. 코코스타즈는 셀럽·인플루언서 기반 마케팅과 글로벌 MCN을 담당한다. 웹소설은 IP 파이프라인, 숏드라마는 고속 회수 가능한 콘텐츠 자산, 코코스타즈는 트래픽과 커머스 확장 채널이다.
"국내 제작사들은 한 작품 단위 수익 구조에 묶여 있어요. IP가 확장되지 못하고 마케팅도 외부에 의존하죠. 저희는 기획 단계부터 IP 확장 가능성을 전제로 삽니다. 웹소설에서 숏드라마, 숏폼 클립, 커머스, 해외 리메이크까지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IP 선정 기준은 단순 조회 수가 아니다. 강한 초반 후킹, 클리셰 활용 능력, 영상 전환 시 구조적 압축 가능성. 이 세 가지다.
"200회차 웹소설 IP를 2~3분짜리 50화 숏드라마로 재설계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죠."
성공 IP와 실패 IP를 가르는 건 감정 밀도다. 텍스트로는 재미있어도 영상으로 전환했을 때 긴장 구조가 약하면 성공 확률이 낮다. 특히 1화 30초 후킹 설계가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표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초반 이탈을 막는 게 전부입니다."라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도 있다. 원작의 감성을 지나치게 존중하면 숏폼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모바일 최적화 포맷으로 과감히 재설계한다.
국내 숏콘텐츠 시장은 이제 막 산업화 초입에 들어섰다. 수익 모델이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았지만, 노 대표는 오히려 기회로 읽는다. 노 대표는 "국내 시장은 IP 기반 소비가 강하다. 글로벌 MCN은 트래픽 중심이지만, 우리나라는 서사 소비력이 높다. 숏드라마에 오히려 기회"라고 밝혔다. 성과가 약한 플레이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포맷 이해 부족, 초반 후킹 약함, 느린 제작 속도. 조회 수는 나오지만 매출 전환이 안 되는 이유다.
AI 활용도 이 구조 고도화의 연장선이다. IP 선별 단계에서 흥행 요소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영상 전환 과정에서는 시청 유지율과 이탈 구간 데이터를 반영해 리라이팅과 편집 구조를 재설계한다. 감각 중심 제작에서 데이터 기반 설계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콘텐츠는 감각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저희는 빨리 만들고 빨리 고친다는 문화를 강조합니다."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도 마찬가지다. 속도와 구조 설계 능력. 완벽한 기획보다 실행과 수정 능력을 우선시하는 이 기준은, 중국 현장에서 체득한 빠른 피드백 문화가 그 뿌리다.
매출은 제작·유통·라이선스 중심이며 숏드라마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속도와 안정성 사이의 선택이었다. 빠른 확장과 수익 구조 다지기 사이에서 현재는 균형 전략을 택했다. 단기 목표는 구조 완성이다. 향후 1~2년 내 숏드라마 제작 확대, 글로벌 플랫폼 연계 강화, IP 영상화 파이프라인 고도화를 집중 추진한다. 단기 매출보다 IP 자산 축적을 우선순위로 둔다는 판단이다.
"3년 후 코코미디어는 아시아 대표 숏드라마 IP 스튜디오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한중 시장 사이에는 아직도 정보·신뢰·구조의 장벽이 있다. 노 대표는 그 연결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자임한다. 중국 9년의 현장 경험이 만든 인사이트가 이제 한국 숏드라마를 글로벌로 연결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완성도보다 속도, 감각보다 설계. 그가 강조하는 이 두 키워드가 한국 숏콘텐츠 시장의 다음 판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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