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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8 (토)

    종걸과 이치노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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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격자들>은 독립 다큐멘터리 창작자들과 뉴스타파가 함께 제작합니다. 2015년 4월 <세월호 1주년 기획 - 수색 중단, 그날의 기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권, 노동, 경제, 생태, 역사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 2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 취약한 미디어환경에서 기존 언론이 외면하거나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의제와 이슈를 충실히 기록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편집자주>

    전북 군산에는 특이한 외형의 사찰이 있다. 동국사라는 이름의 절이다. 이 사찰은 일제 시대때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일본 조동종(일본 최대의 선종 종파)이 세운 것으로 지금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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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사 전경


    2011년, 이곳의 주지였던 종걸 스님은 일본 조동종의 이치노헤 쇼코 스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당시 이치노헤 스님은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조동종의 역사에 깊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조동종 사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절단을 꾸려 동국사를 찾았다. 그것이 두 스님의 첫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종걸 스님은 이치노헤 스님에게 이렇게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문서는 찢어버리면 그만입니다. 천년, 만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도록 돌에 새깁시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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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걸 스님과 이치노헤 스님


    1년 후 이치노헤 스님은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참사문비( 조선침략에 앞장섰던 일본 조동종의 참회문을 새긴 비석) 건립 등 일제강점기 일본의 과오를 성찰하고 사죄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종걸 스님과 이치노헤 스님은 역사 앞에서 책임을 묻고, 참회를 행동으로 옮기며 ‘영혼의 파트너’라 불릴 만큼 깊은 우정을 쌓아갔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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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사에 건립된 참사문비


    두 사람은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일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가는 길임을 믿으며, 한일 간 오랜 갈등을 새로운 차원에서 풀어내고자 함께 노력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이치노헤 스님의 별세로 두 스님의 긴 동행은 막을 내린다. <종걸과 이치노헤>는 역사 앞에 선 두 스님의 용기와 우정 그리고 연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 위에 화해의 가능성을 새기려 했던 두 수행자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witnes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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