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5시간만 하메네이 제거...첩보·AI로 속전속결
‘의회 패싱’ ‘마가 위반’ 논란 속 ‘선거 도박’ 우선
체제 전복 노려...방중 앞두고 中 견제 포석도
이란 해협 봉쇄, 주변국 폭격에 기름·가스값 ↑
다음 표적 쿠바 등 거론...北도 안전지대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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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기습 공습으로 세계 질서가 다시 한번 뒤집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희대의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의혹 관련 파일 재조사,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미국인 사살, 관세 전가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올 11월 중간선거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재집권 당시 내세웠던 비(非)개입주의 원칙을 버리고 대외 성과를 과시하는 쪽으로 국정 운영 방향을 적극적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압도적인 경제력을 앞세운 관세로 전 세계를 흔들었다면, 올해에는 독보적인 군사력으로 반미 국가들을 잇따라 제압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전 세계를 미국과 양극 체제로 재편하려던 중국에도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효과를 내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지도자가 연달아 이른바 ‘핀셋 제거’를 당한 가운데 그 다음 대상이 쿠바나 북한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을 친미(親美)로 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 여론도 흔들 수 있고, 반미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력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지정학적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 15시간 만에 하메네이 제거...이란 핵협상 결렬 직후 집중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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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단행했다. 이들은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곰, 카라지, 게슘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로 공격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한 ‘12일 전쟁’ 이후 8개월 만의 일이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다.
이 공습은 같은 달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 이란과의 3차 핵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자마자 단행됐다. 당시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회담에서 “영구적인 농축 중단이나 핵시설 해체, 우라늄 비축량 이전 등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측 제안과는 배치되는 입장이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핵 사안과 제재 해제와 관련한 실질적인 제안이 있었고 협상이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낙관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4차 핵 협상이 열렸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직후 이란의 느긋한 태도에 더 이상 머뭇대지 않았다. 미군은 28일 공습 15시간 만에 1989년 6월부터 37년간 이란을 철권으로 통치한 이슬람 신정 체제의 정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역사상 가장 사악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고위 관료들을 죽였다”고 알렸다.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 뉴스 전문 채널 이린(IRINN)의 뉴스 앵커는 하메네이 사망 소식을 전하다가 오열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나아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휘 통제 시설과 이란 방공 체계,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 군용 비행장 등을 집중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루스소셜에 영상을 올리고 “우리의 목표는 임박한 이란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이란 국민들을 향해 “우리가 끝내면 당신들의 정부를 접수하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두 번째 항공모함 파견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아주 큰 전력을 준비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페르시아만에 미리 배치된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까지 이동시키는 상황을 가리킨 언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포트 브래그에서 연설한 뒤에도 ‘이란 정권 교체를 바라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첫 회의 연설에서도 “아마도 우리는 합의를 할 것이고 여러분은 아마도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일부 허언이 섞였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불과 1~2주 만에 이는 오판으로 판명됐다.
“이란 지도부 48명 제거”...CIA 첩보, AI ‘클로드’로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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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군사 작전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밤에야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지도자 48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애틀란틱 매거진 인터뷰에서는 “이란의 새 지도부와 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의 하메네이 제거 작전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때와 마찬가지로 철두철미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6월 21일 이란 핵시설 타격, 올 1월 3일 마두로 대통령 생포, 2월 28일 하메네이 폭사 모두 상대가 가장 방심할 수 있는 토요일에 이뤄졌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손바닥 보듯 추적해 지도부 회동 장소와 시간을 특정했다. 타격 목표가 된 단지는 이란 대통령실과 최고지도자 집무실, 국가안보회의가 모인 이란 권력의 심장부였다. 이 회의에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마지드 무사비 이슬람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사령관 등 군과 정보기관의 핵심 수뇌부가 집결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의 기습 작전에는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인 ‘클로드’가 또 쓰였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정보 평가, 목표물 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수행 등에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
클로드는 미군이 기밀 시스템에서 사실상 유일한 AI다. 클로드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도 활용돼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앤스로픽 경영진들은 그 직후 AI의 윤리적 사용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극도의 갈등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스로픽이 협조를 위한 시한을 줬는데도 응하지 않자 27일 트루스소셜에서 “급진 좌파적인 워크(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기업”이라고 맹비난하며 모든 연방기관에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 광신도들은 전쟁부를 강압적으로 굴복시켜 헌법 대신 자신들의 이용 약관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들의 이기심은 미국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우리 군대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도 미국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겉으로는 사용을 중지할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번 공습으로 또 다른 계약 서비스인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 xAI의 ‘그록’으로는 클로드를 당장 대체할 수 없음이 입증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반미 노선, 트럼프 1기 때 핵 합의 파기...주변국 무차별 보복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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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미국은 이란이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한 1920~1940년대까지만 해도 우호적 관계에 있었다. 1921년 쿠데타로 집권한 팔레비 왕조의 서구화 욕구과 미국의 중동 원유 수요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들었다.
두 나라의 관계는 1950년대 초 반외세와 민족주의를 내세운 무하마드 모사데크 총리가 집권하면서 잠시 틀어졌다. 미국은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고, 소련의 영향을 받은 이란 공산당(투데당)의 영향이 커지자 왕정 복원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 총리는 결국 반역 혐의로 체포돼 1953년 실각했고, 이란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팔레비 왕조가 다시 들어섰다. 팔레비 왕조는 1959년 미국과 군사안보 협력을 시작하는 등 강력한 친미 노선을 택했다.
문제는 왕정 체제의 비민주성과 빈부 격차, 이슬람 전통을 무시한 서구화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늘면서 불거졌다. 이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최고지도자는 민심을 등에 업고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 이후 이란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신정일치 국가가 됐고, 미국과의 관계도 그때부터 파탄이 났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했다. 미국은 1996년 8월 이란을 리비아와 함께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또 9·11 테러 직후인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 축’ 국가로 지목했다.
2003년부터는 핵 개발 문제까지 불거졌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하산 로하니 당시 이란 대통령과 30년 만에 첫 정상 통화를 나눴다. 2015년 7월에는 이란 핵 협상까지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러다 이란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자 2018년 5월 핵 합의를 파기했다.
이란 정권의 약점은 지난해 12월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결정적으로 부각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국제 통신을 차단한 뒤 잔인한 유혈 진압을 벌였다.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미국이 공격을 정당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미군의 기습 공격으로 단번에 최고지도자를 잃은 이란은 미군에 협조한 주변국에 무차별적으로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으면 정국은 이란혁명수비대가 쥘 공산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국정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신의 대리인’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유고 시 권한 대행을 규정한 헌법 111조에 따라 대통령,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으로 꾸려진 3인의 지도자위원회를 1일 구성했다. 이슬람 율법에 최고지도자는 ‘학식이 있는 인사’라는 자격 요건이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시아파 성직자여야 한다는 뜻이다.
후계자와 관련해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대리 역할을 자주 맡은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우선 거론된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강경파의 지지를 받을 만한 인물로 꼽힌다. 이란 신학교 체제의 수장인 아야톨라 알리레자 아라피 전문가회의·헌법수호위원회 위원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있다.
이란은 호메이니 최고지도자가 1989년 6월 3일 사망한 뒤에도 곧바로 후계자를 선출한 바 있다. 호메이니 사망 이튿날인 6월 4일 전문가회의를 소집해 단 몇 시간 만에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선출했다. 이란은 그 시절에도 이라크와 전쟁을 막 끝낸 뒤여서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인한 내부 권력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반헌법적 ‘의회 패싱’, ‘마가’ 정신 위반 논란...11월 중간선거 승부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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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군사 행동은 미국 내에서도 여러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무엇보다 사실상 전면전을 감행하면서 의회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부분이 최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헌법 제1조 8항은 단순 방어가 아닌 ‘전쟁’의 선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헌법은 아니지만,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군대를 투입할 경우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보고하게 한다. 만약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변호를 위해 염두에 두는 조항은 국가가 긴급한 위협을 받을 때 군 통수권자로서 즉각적인 군사 조치를 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헌법 제2조 2항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28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란 공습과 관련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때에도, 올 1월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할 때도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바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다른 나라의 일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말을 믿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도 불만을 내비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만 해도 노벨평화상을 노릴 만큼 ‘평화 대통령’ 입지에 집착했던 인물이다. 2024년 대선 때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에게 “전쟁광”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개입주의에 반대 입장이 비교적 뚜렷한 JD 밴스 부통령은 이번 작전 과정에서 백악관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곁을 지켰던 다른 참모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1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3%포인트)에서도 ‘미국의 이란 공습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반대한다’는 43%,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9%였다. 전체 응답자의 약 90%는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약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너무 쉽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에도 이번 공습을 밀어붙인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주요 외신이 이번 정치적 승부수를 ‘도박’에 비유할 정도다. 종국적으로는 이란의 핵·미사일 전력을 무력화하고 체제 전복까지 노려 중동 전체의 안보 지형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 방관 속 ‘트럼프 방중’ 앞둔 중국 강력 반발...유가·가스값 폭등하고 증시는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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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습에는 군사력으로 중국을 견제해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를 재확인하려는 목표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 있어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모두 우방국이자 원유 수출국인 까닭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1일~4월 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매년 위안화로 구매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에너지 분석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해상 수입 원유량의 13.4%인 138만 배럴을 이란에서 헐값에 구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합의 기간에도 중국 측에 내내 이 문제를 지적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란의 주권·안전·영토 보전과 민족적 존엄을 수호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맹들은 대체로 확전을 경계하면서도 공습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못했다. 프랑스와 독일·영국 정상들은 1일 공동성명에서 이란의 무차별한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며 “필요시 방어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이란의 핵 개발을 비판하며 미국을 지지하는 실리 외교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미국의 공격을 “국제 규범을 위반한 암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는 발을 뺐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때에도 방관하는 태도만 보인 바 있다. 인도는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고, 반미 국가인 파키스탄은 미국·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30%를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영향이 컸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1달러(6.28%)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에는 상승폭이 12.40%에 달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와 UBS는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12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도 40~50%나 폭등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국장은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약 70%와 천연가스 최대 30%가 호르무즈 해협이 위치한 중동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다”며 “국제 해운이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라서 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은 전력 공급 유지뿐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글로벌 공급망 역량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는 어느 정도 선방했다. 개전 후 첫 거래일인 2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오히려 0.04%, 0.36%씩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하락폭도 0.15%에 불과했다. 아시아에서도 1일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2.7%까지 내렸다가 1.35% 하락으로 마감했다. 대만 자취엔지수도 0.9% 내리는 데 그쳤다. 홍콩항셍지수는 2.14%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7%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도 28일 6만 3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가 2일 7만 달러 가까이로 반등했다. 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0.4% 오른 트로이온스당 5297.3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 이상으로 급등했다.
체제 전복 위한 지상군 투입도 검토...다음 표적으로 쿠바, 북한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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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가와 또다른 목표물을 어디로 잡는가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루스소셜에 6분 분량의 두 번째 동영상을 올리고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이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과정에서 전사한 미군 3명을 언급한 뒤 “안타깝게도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며 복수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는 “필요하다면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을 갖고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표적을 쿠바로 보면서도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꼽히는 북한도 안전지대는 아닐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4대 반미 국가 가운데 핵무력이 완성된 군사 강국 중국·러시아를 제외하면 이란의 퇴출 이후에는 북한만 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하지 못한 이란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이 핵무력에 한층 더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하려다가 북한 측의 무반응에 포기한 바 있다.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대외 정책은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잦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도 손을 댄다면 이는 한국에도 엄청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북한은 이란과 달리 핵무력을 갖췄다는 점, 원유와 같은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점, 중국과 러시아가 뒷배에 있다는 점 등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범위에 들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미국은 올 1월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도 ‘북한 비핵화’ 내용을 제외했다.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에 무게 중심을 두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외 군사 선택지를 꺼내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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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없는 정밀폭격” 선언한 트럼프, 하메네이 제거는 서막일 뿐?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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