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이란의 3000만원짜리 자폭 드론이 중동의 방공망을 뒤흔들고 있다. 이란이 값싼 자폭 드론을 대량 투입해 수백만 달러짜리 방어 미사일을 소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다. 전쟁이 발발 나흘 만에 소모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누가 먼저 재고를 바닥내느냐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러시아군의 파괴된 장비 전시 행사에서 이란의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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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3000만원 드론이 58억짜리 미사일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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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이 개발한 샤헤드-136 자폭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 동원해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전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타격하고 있다.
샤헤드-136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활용한 무기다. 개별 파괴력은 제한적이지만 대량·분산 타격으로 방공망과 사회 인프라를 동시에 압박하는 데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맞서는 중동 방공망의 핵심은 지상에서 발사해 공중 표적을 제거하는 미국산 패트리엇 시스템이다.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사흘간 쏟아진 수백 발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을 90% 이상의 명중률로 격추했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샤헤드 드론은 한 대당 2만달러(약 3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란의 드론은 이번 분쟁에서 UAE의 호텔과 공항, 항구,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 카타르 LNG 플랜트 등을 겨냥한 공격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를 요격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당 약 400만달러(약 58억원)에 달한다. 값싼 무기로 값비싼 방어 자산을 소모시키는 구조다. 탄도 미사일의 경우 보통 2~3발의 요격 미사일이 필요하다.
오슬로대학의 미사일 전문가 파비안 호프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현재와 같은 강도의 요격이 지속된다면 일주일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서 "그 이후엔 요격 미사일 부족의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카타르의 패트리엇 재고는 현재 소모 속도를 고려할 때 단 4일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역량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이란은 전쟁 이전 기준 탄도미사일 약 2000기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샤헤드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이 소모되면서 자체 비축분도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620발을 생산했고 향후 연간 2000발까지 생산량을 늘리겠단 계획이지만 당장 보충은 쉽지 않다.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 연구원은 "이란은 걸프국들의 요격 미사일이 바닥나고 정치적 의지가 꺾여 미국과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할 때까지 버티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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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이란 공격능력 파괴 집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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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와 드론 재고를 신속히 파괴해 공격 능력을 파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은 방어 측면에선 대응할 수단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대는 크기와 탐지 신호 때문에 공중에서 추적돼 제거될 수 있지만 샤헤드 드론은 은폐가 훨씬 쉽다.
공교롭게도 미군 역시 이란 공격에 저비용 자폭 드론 루카스를 투입하고 있다. 루카스는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을 역설계해 개발된 무기로 이번에 처음으로 실전에 활용됐다.
전문가들은 걸프국들이 머지않아 전술적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드론을 막으려다간 정작 탄도 미사일을 막을 요격 미사일이 사라질 위험이 있는 만큼 일부 드론 요격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단 의미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베카 와서 연구원은 "전술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드론 같은 저가 표적에는 요격 미사일을 아끼고 탄도 미사일을 막는 데 집중하는 선택적 방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즉 일부 드론이 도심이나 산업 시설에 떨어지는 것을 방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투자, 관광, 외국인 유입을 위해 강조하던 안정성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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