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7.2% 하락…韓만 검은 화요일
유가 뛰고 지수 단기급등 피로 겹쳐
엔캐리 이후 1년반 만에 최대낙폭
韓증시 펀더멘털 개선 시험대 올라
“글로벌 1위 상승률이 조정폭 키워
5300까지 밀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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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하며 5800선이 붕괴된 표면적 트리거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실물경제 충격 우려다. 시장에서는 그간 유례없는 ‘머니무브’로 과열됐던 한국 증시가 단기 악재를 계기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수가 53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조정이 코스피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하락한 5791.91에 장을 마감했다. 절대적인 낙폭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률 기준으로는 2024년 8월 5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로 인한 ‘블랙먼데이(-8.77%)’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 역시 장중 상승 전환도 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9.88% 하락한 19만 5100원, SK하이닉스는 11.5% 내린 93만 9000원에 마감하며 각각 ‘20만 전자’ ‘100만 닉스’가 무너졌다. 현대차(11.72%), SK스퀘어(9.92%), 두산에너빌리티(8.8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 상장 935개 종목 중 842개(약 90%)가 하락했다.
외국인은 환율 급등, 차익 실현 등을 이유로 코스피에서만 5조 1731억 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27일(7조 812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지난달 리밸런싱이 마무리되고 어느 정도 차익 실현이 마무리됐다고 보였으나 ‘팔자’ 행진이 끊기지 않는 상황이다. 급락 장세에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35% 급등한 62.97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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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전쟁 자체보다는 그간의 급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고 본다. 정책 기대와 포모(FOMO·상승장 소외에 대한 공포) 심리가 맞물리며 상장지수펀드(ETF) 등 바스켓 매매 중심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고, 실적 개선 속도를 웃도는 상승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은 빌미일 뿐 ETF 중심의 바스켓 매매로 급등한 구조가 조정의 배경”이라며 “과거 모멘텀 약화 국면에서 10~15% 조정이 나타났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5300선까지도 하방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이틀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두 번째 거래일을 맞은 일본 닛케이225는 3.06% 하락했고 대만 자취엔지수는 2.2%, 홍콩 항셍지수는 1.11% 각각 내리며 코스피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올해 코스피 누적 상승률이 37.44%로 닛케이225(11.78%), 항셍(0.60%), 스탠더드앤푸어스500(S&P500·0.53%), 나스닥(-2.12%)을 크게 웃돈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단기 충격에 대한 변동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이날 80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4주간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순한 지정학적 충격을 넘어 코스피의 체력, 즉 펀더멘털 개선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코스피의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1990년대 이라크 침공 직후 코스피가 13%가량 급락했지만 한 달 뒤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며 “5500선 부근까지 조정이 온다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요 업종 실적 상향을 반영할 경우 코스피 전체 순이익이 추가로 13.87% 증가할 수 있다며 연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5800에서 7500으로 상향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업사이클에 진입하며 이익 전망 상향 속도와 폭이 이례적”이라며 “선행 주당순이익(EPS)과 코스피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는 한 상승 추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주식·채권·단기자금 시장과 외화 자금 유출입을 모니터링하고, 허위 사실 유포나 시세조정 등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며 중동 상황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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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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