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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사설] 북 인권법을 10년 간 껍데기로 만든 이른바 ‘진보 좌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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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18년 6월 29일 여의도 국회앞에서 북한 인권단체회원들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촉구하며 북한인권법 준수를 주장하고 있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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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인권법이 3일 제정 10주년을 맞았다. 이 법의 핵심은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실태 조사와 북 인권 재단 설립이다. 그런데 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면서 아직도 출범하지 못했고, 북 인권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비공개를 결정했다.

    미국 의회가 2004년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키자 민주당 일부는 “북한 내정 간섭”이라며 주한 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우리 국회에 발의된 북한 인권법은 민주당 반대 등으로 10년 넘게 묶여 있었다. 2016년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도발하자 민주당도 처리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인권 재단 사무실을 ‘재정적 이유’로 없앴고 북한 인권 대사도 임명하지 않았다. 유엔의 ‘북 인권 결의안’ 제안국에도 계속 불참했다. 김정은이 화낼까 봐 ‘북 인권’이란 말 자체를 금기시했다.

    현 정부 통일부도 북한 인권을 담당하던 ‘인권인도실’부터 폐지했다. 북 인권 침해 실상을 알리기 위한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도 ‘한반도평화공존센터’로 성격을 바꿨다. 과거 서독은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만들어 동독의 인권 침해 관련 증거를 차곡차곡 모았고, 통일 후 가해자를 처벌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지금 북에선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청소년도 공개 총살하고 있다. 강제 구금 시설에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북 인권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대북 인권 단체 등을 지원하던 보조금을 삭감했다. 미국도 트럼프 등장 이후 보조금을 삭감하는 추세다. 북 주민에게 외부 진실을 전파하던 미국의 소리 방송과 국정원의 대북 방송이 전부 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 주민이 인터넷을 못 쓴다는 초보적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인권은 전 세계 진보·좌파의 핵심 관심사다. 그런데 한국에선 진보라는 외피를 쓴 세력이 인권 앞에 ‘북한’만 붙으면 희한하게도 철저히 외면한다. 일부는 탈북민을 “쓰레기” “변절자”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모두 ‘인권 변호사’라고 내세웠지만 북한 인권에는 말이 없다. 북한 인권법 10주년인데 정부와 민주당은 흔한 입장문 하나 내지 않았다. 북한도 언젠가는 해방된다. 그 때 북한 인권 말살에 사실상 동조한 한국 내 이른바 진보좌파 세력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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