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지난해 7월 한미 정상 간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정부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MOU)의 집행을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이 작년 11월 말 발의된 이후 3개월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6일 이런 한국 국회의 늦장 처리를 문제 삼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의약품, 바이오 등의 품목관세 및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비록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판결로 기존 관세를 무효화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슈퍼301조(통상무역법) 등을 근거로 관세 부과를 지속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면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15%),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50%)는 언제라도 다시 인상될 수 있고, 현재 관세부과가 유예 중인 의약품 및 바이오,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우리 국회도 ‘대미투자특별법 특위’를 긴급 구성했고, 그 활동 기한인 오는 3월9일까지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위는 타 법안 통과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첫 회의부터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관세율이 10% 포인트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대기업과 그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부품 기업들이 전방·후방으로 연관돼 그 피해는 막대하다. 관세 인상 위협은 자동차 제조사의 수익 감소만이 아니라, 부품사 매출 감소, 고용 축소, 지역 제조업 생태계 붕괴로 직결된다.
특히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이 15% 관세를, 한국이 25% 관세를 적용받는다면 우리의 타격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이 정치적 갈등 때문에 표류하는 동안, 일본은 2월 18일 대미 투자 프로젝트 3개를 이미 발표했고 트럼프는 곧바로 이를 공개적으로 치하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며 미국 내 평가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은 미일 통상 문제와 안보 협력을 분리하지 않고, 전략산업 투자와 안보 협력을 연계하는 ‘경제안보 패키지’ 접근을 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모두에게 일본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일본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어 주요 투자 부문의 선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한미군사동맹에도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그간 한국의 경제성장은 한미군사동맹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서해훈련 관련 촉발된 한미 간 엇박자는 그간 양국의 신뢰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2024년 역대 최고로 격상된 미일 동맹은 일본의 적극적 대미 투자 정책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듯하다.
국회는 더 이상 정쟁의 이유를 대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 산업을 지키고, 한미 동맹의 실질적 신뢰와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의 위치를 확보하려면 대미투자특별법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특히 경제와 안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정치를 한다면, 정쟁보다는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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