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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이란 경찰은 시신값 흥정, 軍은 시민을 인간 방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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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교민이 말하는 중동 상황

    “시위중 숨진 친구 시신 5000만원”

    “공항 끊기자 바닷길 탈출 알선도”

    “경찰이 친구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총알 값’을 내라고 했습니다. 시위를 진압하는 데 총알을 썼으니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겁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란인 유학생 예가네(25)씨는 이란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방학을 맞아 한 달간 고향인 수도 테헤란에 머물던 그는 3월 대학원 개강에 맞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7일 테헤란에서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공습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경유지인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하자 가족한테서 “곳곳에서 폭발 소리가 들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 직후 도하 공항은 폐쇄됐다. 그는 “서울에 도착한 뒤 휴대전화를 봤더니 전쟁이 터졌다는 뉴스가 쏟아졌다”고 했다.

    예가네씨는 4일 본지 통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이란 정부가 기관총, 저격수까지 동원해 잔인하게 유혈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초 그는 시위 도중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진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한다. 예가네씨는 “경찰이 ‘가족이 아니면 오지 말라’며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며 “오전에 끌려가 다음 날 오후까지 구금됐다”고 했다. 그는 “이란 경찰이 친구의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한국 돈으로 약 3000만~5000만원 상당의 ‘총알값’을 요구했다”고 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그의 가족들도 연행돼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예가네씨는 “이란 내 통신이 대부분 차단돼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고, 이란에서 가족이 국제전화로 전화를 걸어올 때만 간헐적으로 연결이 닿는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은 2분 내내 수화기 너머로 ‘쾅, 쾅’ 하는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들렸다”며 “정부군이 정밀 타격을 피하기 위해 학교나 병원 등 민간 시설로 숨어들어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중동 전쟁의 포화가 거세지면서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들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1~2시간에 한 번씩 미사일 경보가 울려 방공호로 뛰어가느라 진이 빠진다”며 “지난 1일 예루살렘 인근 도시 벧세메스에 포탄이 떨어져 9명이 사망하자 교민 600명도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인회는 최근 단기 체류자 150여 명을 요르단과 이집트로 피신시켰다.

    중동의 허브 공항인 카타르 도하 공항에도 한국인 관광객 400~500명의 발이 묶여 있다. 강명영 카타르 한인회장은 “공항 폐쇄로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을 노리고 페르시아만을 통해 해로로 탈출시켜 주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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