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동행동, '위기의 한국의료, 함께 다시 그리다' 출간
'응급실 뺑뺑이'부터 '간병 파산'까지…공존 위한 해법 모색
'가치기반 의료'·'국가책임 회복기병원' 등 지속가능 미래의료 제시
시민단체와 의료 전문가들이 결성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소비자-의료공급자 공동행동(의료공동행동)'은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설계할 혁신 방안을 담은 신간 '위기의 한국의료, 함께 다시 그리다'를 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책은 단순히 정책을 나열한 보고서가 아니라 녹색소비자연대·한국YWCA연합회 등 소비자단체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현장 전문가, 환자, 변호사 등 29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겪은 '상처'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실천적 지침서다. 의료진으로는 서울대의대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주환 국제보건정책 교수, 오승원 가정의학과 교수,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현재의 한국 의료를 '스스로를 치유할 힘조차 잃어버린 중증환자'로 규정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접근성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행위별 수가제의 부작용, 필수의료 붕괴, 인구 고령화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방치할 경우, 10년 후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이 2배로 급증하는 사실상 '의료 파산'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환자들의 절망과 과도한 업무에 함몰된 의료진의 피로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시스템의 침몰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의료개혁은 더 많은 희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 있는 선택과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들은 중환자가 급성기 치료에는 성공하더라도 퇴원 후 가정 경제와 삶의 질이 급격히 추락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생존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의 삶과 회복까지 책임지는 '국가책임형 회복기 병원(가칭)'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서는 이 사태를 개별 의료진의 수용 거부가 아닌, 환자 발생부터 최종 치료까지 전 과정을 담보하지 못한 '구조적 시스템 실패'로 규정한다. 의료 사고 발생 시 의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법적 과실의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소통-사과의 증거능력 배제 법제화'도 주장한다.
고령화 시대의 해법으로는 '지역사회 주치의 제도'를 제시한다. 단순히 병원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의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선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등록 기반 주치의 시스템'으로 전환해 중증화와 예방 가능한 입원을 줄이고, 의료 이용의 질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 시스템을 왜곡하고 사회적 낭비를 부추기는 현실도 비판한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 통제 밖에 있는 비급여 항목을 적정성 평가를 통해 급여 체계 내로 편입시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보험 하나로도 충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이 밖에 저자들은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의료 자원이 단순히 진료량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자의 건강 결과'를 중심으로 배분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의료진이 과도한 노동에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곧 국민의 건강권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의료공동행동의 공동대표인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의료는 시장의 선택재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국민 건강권을 실현하는 공적 제도"라며 "우리 모두는 주권자로서 의료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낸 의료의 재정이 잘 운영되고 실현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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