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신뢰하는 마음은 인간관계의 미덕이지만 낯선 상황에서는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는 격언이 있듯이, 특히 금전 문제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상황이라면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친절하게 굴거나 갑작스레 긴급한 요구를 할 때는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고 스스로 자문하며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친한 지인이 급하게 돈을 요구하거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전화가 오더라도 한번 의심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사기의 시작을 막는 첫걸음이다.
사기 범죄는 결고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도 사기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학력이나 지능,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한 순간의 방심으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난 절대 안속아'라는 지나친 자신감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나만은 예외일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사기 예방은 시작된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은 매우 위험한 함정이다. 많은 사람이 사기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낙관편향'이라 불리는 심리적 함정이다. 낙관편향이란 나쁜 일은 남에게 일어나고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연구에서 성인 2000명에게 '당신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남들보다 낮다고 보느냐?'라고 물었더니,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기는 다른 사람이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니야'라고 믿는 사이, 정작 사기 시도는 우리 모두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 분야에서 일하던 30대 회사원 A씨는 자신이 누구보다 사기 뉴스를 잘 챙겨 보고 대비한다고 믿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오는 피싱 문자쯤은 가볍게 무시할 줄 아는 센스를 가졌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늘 다니던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는 그만 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 상대방은 A씨의 이름, 직책, 심지어 최근 거래 내역까지 줄줄이 대며 전화를 해왔다. A씨는 '아는 은행 직원이니 문제 없겠지'라고 안심했다. 알고 보니 그 정보들은 모두 해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미리 수집한 신상 정보였다. A씨는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면서도 '설마 이 사람이 가짜일 리 없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 그리고 곧바로 '당신 계좌에 이상 거래가 감지되니 안전계좌로 옮겨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돈을 몽땅 이체하고 말았다. 평소 '나는 안 당해'하며 자신만만하던 태도가 오히려 함정이 되어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그 과신 때문에 기본적인 의심과 확인조차 소홀히 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내 연인은 절대 날 속이지 않아'라는 낙관에 빠져 연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사라지는 로맨스 스캠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수상해 보이는 정황인데도, 정작 본인은 '우리 사랑은 진실된 거야'라고 믿어 버리고 주변의 만류를 듣지 않는 일이 많다.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사기범들은 사람들의 이런 과신을 노린다. 과도한 자신감 대신 건강한 의심과 겸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 특별히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혹시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사기를 멀리하는 지혜가 생긴다./'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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