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6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군사적 자유주의가 남긴 그늘…신간 '박정희 이데올로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경북도청 앞 박정희 동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박정희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그의 육신은 이미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 지 오래지만, 이데올로기 박정희는 맹렬하게 여전히 살아 있다."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이 쓴 신간 '박정희 이데올로기'(돌베개)는 '인간 박정희'가 아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의 박정희에 관한 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박정희'를 하나의 기표(記表)로 본다. 기표 박정희는 '위대한 지도자'부터 '잔인한 독재자'까지 수많은 기의(記意)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집권 전까지 박정희의 행적을 통해 박정희 이데올로기의 근원을 탐색하고, 집권 이후 박정희 체제의 통치성과 이데올로기를 해부하며, 이것이 21세기 한국 사회로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짚는다.

    연합뉴스

    박정희의 성장 과정을 되짚으며 저자가 주목한 지점 중 하나는 "과잉 주체화되어 비대해진 자아를 가지게 된" 엘리트로서의 면모다.

    평범한 소농 가정에서 태어나 보통학교에서 내리 급장을 맡았던 박정희는 일찌감치 군인의 꿈을 품고 대구사범학교를 거쳐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로 이어지는 사관교육을 받은 후 군사 엘리트로 입신한다. 이러한 과정은 박정희 개인의 성실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이뤄졌고, 능력주의 경쟁에서의 연이은 승리로 그의 주체성은 더욱 고취됐다.

    "사관학교에서 박정희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고 그 능력에 따라 고양된 주체성으로 어떤 자기확신의 지경에 도달한다. 요컨대 박정희는 '제국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성과였다."

    집권 후 박정희 체제 통치성은 군사주의와 자유주의의 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주의를 전투적으로 만들고 군사주의를 자유시장으로 길들이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저자는 '군사적 자유주의'(miliberalism)로 명명한다.

    "어쩌면 시장의 군사적 자유주의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놀라운 성공의 기원일지도 모른다. 전쟁 같은 노동을 견뎌내고 사는 게 전쟁인 삶을 감내했던 이들이 만들어낸 경쟁력이야말로 거의 무일푼에 가까웠던 한국 자본주의의 유일한 무게였다. 하지만 시장의 자유주의는 박정희 체제의 무덤을 파는 강력한 힘이기도 했다."

    박정희 체제가 무덤으로 들어간 지 반세기 가까이 흘렀지만 20세기보다 사회 전반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21세의 한국에서 저자는 무수한 '포스트 박정희들'을 본다.

    능력주의 경쟁을 외치면서도 재벌가의 장손이 해군 장교에 지원하는 모습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칭송하며 귀족제로 퇴행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인종주의를 내장한 채 선별적으로 작동하는 외국인 혐오가 횡행한다.

    저자가 "어쩌면 한국 사회는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이유다.

    mihy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