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 노인 4천명 분석…"저녁에 몰아 먹는 식습관, 노쇠 위험 48% 높아"
저녁 폭식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노년기에 접어들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쉽게 기운이 빠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노쇠'(frailty)라고 한다.
노쇠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다. 근력 감소와 피로, 체중 감소, 활동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임상적 상태로, 낙상과 입원, 장애 위험을 높이는 '건강수명 단축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이런 노쇠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산화 스트레스, 만성 염증, 호르몬 변화, 생활습관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노년기 잘못된 식습관은 노쇠를 앞당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노쇠의 위험 요인으로 '하루 끼니 중 에너지 섭취가 언제 집중되느냐'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2016∼2018년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성인 4천184명을 아침·점심·저녁의 식사 패턴에 따라 균형형(38.8%), 안정형(17.8%), 정오형(18.0%), 저녁형(15.2%), 아침-저녁형(10.2%)으로 나눠 그룹별로 노쇠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노쇠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난 식사 패턴은 두 가지였다.
먼저 늦은 저녁 시간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는 저녁형은 끼니마다 식사를 고르게 먹는 균형형에 견줘 노쇠 위험이 48% 높았다. 또 아침과 저녁에 에너지 섭취량이 모두 높은 아침-저녁형도 균형형보다 노쇠 위험이 43%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동일한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에너지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 신체 기능 유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식사 시간의 문제는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 '노화 생물학'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보통 노년층에서는 근육이 영양 자극에 둔감해지는 '동화 저항'(anabolic resistance) 현상이 나타난다. 젊은 층과 달리 한 끼에 단백질을 몰아 섭취해도 근육 합성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하루 동안 단백질과 에너지를 고르게 나눠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저녁 편향형처럼 늦은 시간에 에너지가 집중되면 근육 합성을 자극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근감소와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또 하나의 메커니즘은 '시간영양학'(chrono-nutrition) 개념이다.
인체는 24시간 생체리듬(서캐디언 리듬)에 따라 대사 능력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오전과 낮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 포도당 처리 능력이 좋고 에너지 활용 효율도 높다. 반대로 밤으로 갈수록 대사 효율은 떨어지고 지방 축적이 쉬운 상태가 된다.
연구팀은 저녁 편향형 식사 패턴이 이런 생체리듬과 충돌한다고 봤다. 늦은 시간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면 혈당 변동 폭이 커지고 지방 대사 부담이 증가하면서 대사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결국 만성 저강도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이는 근육 기능 저하와 피로 증가로 이어져 노쇠 위험을 높이는 경로로 작용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아침과 저녁 모두 식사가 집중되는 패턴 역시 점심 결식이나 식품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건강식 지수가 떨어지면서 노쇠 위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늦은 시간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면 혈당 조절과 지방 대사에 부담이 커지고,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근육 감소와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노년층에서는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이미 감소해 있는 만큼 식사를 하루 동안 고르게 분산하는 게 노쇠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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