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용자가 노동자 교섭 책임
"사용자 범위 모호성 판례 쌓여야"
정부, 현장분쟁 교섭상황 상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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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용자가 교섭을 책임진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사용자 정의 확대 ▲노동쟁의 대상 범위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정의 확대'가 꼽힌다. 노사관계의 출발점 자체를 바꾸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교섭의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확정돼야 쟁의권 행사나 손해배상 책임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 범위는 다른 조항의 전제가 된다.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은 개정법 제2조 제2호에 명시했다. 앞으로 사용자가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섭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한 것이다. 특히 원·하청 구조가 일반화된 산업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와 교섭 책임 주체를 일치시켰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판례에 의존해 제한적으로 인정하던 사용자성을 법에 명문화함으로써, 현장에서 교섭 테이블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 근거가 됐다.
이 조항은 다단계 하도급이 보편화한 우리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여러 협력업체에 공정을 나누어 맡기는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기업 A사가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부품 공정을 협력업체 B사에 맡기는 식이다. B사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법적으로 교섭 상대는 근로계약을 맺은 B사 사업주다. 하지만 실제 납품단가는 A사가 결정하고, 그에 따라 B사의 인건비 여력도 좌우된다. 그런데도 교섭은 B사 사업주와 해야 했다. 결정권과 교섭 책임이 분리된 구조였던 셈이다.
개정법은 이 간극을 줄이려는 취지다. 그동안은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업주가 사용자 판단의 출발점이었다면, 앞으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업무 방식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계약서 문구만으로 책임을 가리기 어려워지고, 실제 업무지시 체계와 평가 구조, 단가 결정 방식 등 구체적인 영향력이 종합 판단 대상이 된다.
다만 '실질적·구체적 지배'라는 표현이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이를 원청이 하청업체의 인력 운용, 근로시간, 작업 방식, 임금 등에 대해 재량을 제한하는 '구조적 통제'로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책임 범위를 좁힐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경영계 역시 "안전·품질 관리 요구까지 사용자 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구체적 범위는 노동위원회가 개별 사건마다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일각에서도 일부 가이드라인 문구의 추상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문구는 최선의 최선을 도출한 결과"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시'라는 표현에서 '명백한'의 범위 역시 실제 판례가 축적되면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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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협상 시 어떻게 진행되나…투트랙 교섭 구조
정부는 교섭 구조를 투트랙으로 정했다.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원청노조는 기존처럼 원청과 교섭하고, 하청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해 교섭한다.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근로조건 결정 구조와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보고, 양측의 교섭단위를 원천적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요구할 때 원청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별도 신청 절차는 필요 없다. 두 단위는 애초에 다른 교섭 구조로 본다는 의미다.
다만 하청노조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복수 노조가 각각 교섭을 요구할 경우 혼선을 막기 위해, 하청노조끼리 대표노조를 정하거나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 하나의 창구로 교섭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7일간 그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해야 한다. 다른 하청노조가 있을 경우 이 기간 안에 교섭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복수 노조가 참여하면 대표노조를 정하는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다. 단수 노조라면 이 단계는 생략된다.
원청이 자신은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한다. 사용자로 인정되면 단체교섭이 개시된다. 반대로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사용자로 인정된 이후에도 교섭을 거부하면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제재가 가능하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노동위원회 결정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에는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노사관계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법이 시행되는 만큼 10일 이후 일정한 혼란과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의 불만과 요구가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교섭이 질서 있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폭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 시행 후 3개월을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현장 분쟁과 교섭 상황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해석지침과 교섭 매뉴얼을 사업장에 적극 안내해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판단지원위원회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사용자성 판단 사례를 신속히 축적·공유하기로 했다. 노사정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상시 소통 채널도 운영해 초기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4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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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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