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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SCMP칼럼]이란 전쟁, 글로벌 확전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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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양측이 오랫동안 이어온 대립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충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이른바 '구조적 확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라기보다, 2023년 10월부터 점진적으로 고조돼 온 갈등이 다음 단계로 진입한 것에 가깝다. 대리전을 통한 교전과 '그림자 작전'의 단계를 지나, 이제 국가와 국가가 직접 맞붙는 정면 대결의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후방 지원군 역할을 넘어 직접적인 군사 타격의 주체로 전면에 나섰다. 이로써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이었던 기존 구도는 이제 미·이란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라는 전례 없는 무게감을 갖게 됐다.

    2024년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는 미사일과 드론 공방, 이란 본토 정밀 타격, 핵 관련 시설을 겨냥한 파상 공습, 미국의 직접적인 작전 개입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단계를 밟으며 격화돼 왔다. 충돌이 거듭될 때마다 확전의 문턱은 낮아졌고,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군사적 행동들이 이제는 당연한 현상이 됐다.

    국가 간 직접 공격을 금기시하던 불문율은 무너졌다. 이를 두고 단순한 전쟁에 대한 억제력이 부족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거듭된 도발과 계산된 보복을 반복하면서 확전의 문턱이 점차 낮아지는 '억제력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도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국제 질서 속에서 확전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수직적 폭주' 형태보다, 갈등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수평적 확산'의 양상을 띤다.

    이란 정부의 보복 방식도 치밀하게 계산돼 이뤄질 것이다. 이란은 현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실추된 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과거 사례를 비춰 볼 때 이는 대리 무장 세력을 동원한 간접 타격이나 대규모 사이버 공격,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 요충지에서의 무력 시위와 같은 다층적인 대응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동은 여전히 글로벌 해상 수송로이자 공급망 안정성의 핵심 요충지다. 이 지역에서 지금과 같은 불안정성이 계속된다면 아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시아 국가들에 지리적 요충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물류 차질만 발생해도 무수한 아시아 국가들은 극심한 에너지 가격 변동을 겪게 된다. 해운 보험료와 해상 위험 할증료가 단숨에 치솟으면서 불안정성은 공급망 전반으로 빠르게 퍼진다.

    이번 대치는 과거의 안정적인 다극 체제가 아니라, 파편화된 불안정한 시스템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여전히 국가가 주요 행위자이긴 하지만, 대리 세력이나 사이버 네트워크, 경제적 영향력 등으로 권력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다. 이러한 구조속에서는 일부 지역의 위기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번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미국은 중동에서 전쟁을 전개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유럽에서의 방위 공약 이행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한 국가가 운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은 한정적이다. 어느 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키면 다른 곳에 전력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 세계 안보 판도를 도미노처럼 뒤흔들게 된다.

    걸프 지역에서 외교적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중동발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도,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불안정성은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안보 갈등에 거리를 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제 파트너'라는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전쟁으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온 '중립 지키기'가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진정한 위협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시스템 전체에 가해지는 압박이다. 에너지 시장은 공급 차질 가능성에 즉각 반응하고, 금융 시장은 각국 정부가 긴장 완화를 논의하기도 전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반영한다. 촘촘히 연결된 세계 경제 구조에서 특정 지역의 변동성은 결코 한 곳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위험은 단 한 번의 공습이 아니라, 확전의 문턱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에 있다. 전쟁은 더이상 공식 선언과 함께 시작되지 않는다. 갈등은 단계적으로 확장돼 어느새 일상이 돼 버린다. 이처럼 확전이 관습화되면 무너진 억제력을 회복하기란 더욱 어려워지고, 보복의 순환 고리가 고착될수록 외교적 탈출구는 좁아진다.

    아시아의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닥친 과제는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기 전에 확전의 경로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에너지원 다변화, 해상 안보 공조, 공급망 회복력은 더 이상 추상적인 정책 논의가 아니다. 확전의 문턱이 갈수록 낮아지는 지금의 국제 질서 속에서, 이는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장치다.

    앞으로 몇 주가 정말 중요하다. 이번 싸움이 일회성 충돌로 끝날지, 미국과 이란이 끝없는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지 결정될 시기다. 중동은 여전히 전 세계 경제와 안보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고리다. 이곳에서 터진 전쟁의 불꽃은 결코 중동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이다.

    마르코 비첸치노 글로벌전략프로젝트 디렉터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US-Israeli strike on Iran signals new phase of global escalati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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