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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국제통화기금(IMF)과 태국 중앙은행이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과 관련해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산업정책의 대상도 제조업을 넘어 보다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 온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26.7%로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높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각각 20% 수준에 이른다며 “제조업 구조 전환과 세계화 재편이라는 도전에 크게 노출된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과거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17%에 달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부가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계기업 비율이 17%에 달하고 이 중 1년 내 정상화되는 기업은 8곳 중 1곳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해 지원하면 일단 비가 오기 시작한 뒤에는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난이 두려워 성과가 나빠져도 지원을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유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산업정책도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picking winners)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즉 온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위험도에 따른 자금 공급과 제도 설계에 집중하고 개별 기업 심사와 모니터링은 민간 금융이 맡는 구조를 통해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고 특정 기업 지원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전략 산업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과 같은 고령화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 투자도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계기업 문제만 보더라도 이들의 신속한 시장 퇴출이라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확보된 자원을 새로운 산업정책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산업 구조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는 국가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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