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6 (금)

    춤 잘 춘다고 다가 아니다?…휴머노이드 산업화의 ‘조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EEKLY BIZ] Biz&Investments

    “양산을 전제로 한 수익화가 중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를 2035년 기준 1500억~200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한다. 몇 년 전과 비교해 크게 상향된 수치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규어AI의 ‘피규어02’,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등이 현장 투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그러나 질문은 달라야 한다.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가”다.

    무대 위 완성도는 기술력의 증거다. 그러나 산업화는 다른 차원의 과제다. 수천 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5~10년 이상 운용하며 유지·보수까지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휴머노이드는 수십 개의 구동 장치와 100개 이상의 센서,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정밀 감속기 등 고난도 부품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하나라도 해외 의존도가 높거나 품질과 수율이 흔들리면 양산은 중단된다. 단기 소비재가 아니라 장기 운용 설비에 가깝다. 안정적인 부품 생태계와 연 수만 대의 생산 설비, 전국·해외 단위의 물류와 사후 관리 체계, 현장 데이터 기반의 지속 개선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만들 수 있다”와 “돈을 벌 수 있다”는 전혀 다른 문제인 셈이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수요처인 제조업은 지금 세계적으로 구조적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자동차·전자 산업에는 여전히 사람이 투입돼야만 하는 비정형 공정이 남아있다. 또한 현장은 냉정하다. 반복 정밀도, 접촉 제어 안정성, 내구 수명, 작업 단위당 원가 절감 효과 등이 수치로 입증돼야 한다. 24시간 가동 환경에서 수만 회 작업 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가, 불량을 통제할 수 있는가, 전체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는가 등이다. 제조 현장은 기술보다 원가로 판단하기에, 경제성이 확인돼야 도입이 확대될 수 있다.

    조선일보

    중국은 혁신 거점을 중심으로 부품·소프트웨어·완성 로봇 기업을 집적화하며 설계–시험–양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있다. 검증과 상용화 사이 시간을 줄이고, 내수 시장으로 초기 수요를 만들며, 부품 국산화도 병행하는 중이다. 미국 역시 빅테크와 로봇 신생 기업이 피지컬AI, 반도체, 기계 구동 기술을 결합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공정 단위 투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시연은 이어지는 중이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핵심 부품 자립도는 어느 수준인가. 연 수만 대 생산 체계는 갖춰졌는가.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는 준비돼 있는가. 산업별 실증은 축적되고 있는가.

    휴머노이드는 단일 로봇 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정밀기계, 통신, 클라우드가 결합된 종합 산업이다. 표준과 공급망이 굳어지면 후발 주자의 진입은 어려워진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산업이 그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동작이 아니라 양산을 전제로 한 산업 전략과 부품 생태계 구축, 실증 확대, 장기 투자다.

    조선일보

    최신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담은 WEEKLY BIZ 뉴스레터로 당신의 시야를 넓히세요.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경건 BCG코리아 파트너]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