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경 제공. 연합뉴스] |
지난 설 연휴 전남 함평의 한 마을에서 난방마저 끊긴 차가운 집안에 고립돼 있던 모녀가 주변의 관심으로 삶의 활로를 찾은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종선(60) 목포해경 예방지도계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8일 아내 윤옥희(59) 씨와 함께 함평의 처가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별세한 장모의 빈집을 정리하고 마을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한 나들이였습니다.
인사를 나누던 중 평소 장모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모녀의 안부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모녀가) 요즘 통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라는 한 어르신의 전언이 마음에 걸린 부부는 떡을 챙겨 곧장 그 집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은 싸늘했습니다.
또 방 안에는 보일러가 가동을 멈춘 지 오래된 듯 냉기가 흘렀습니다.
집주인인 40대 A 씨는 배가 부푼 채 방바닥에 누워 있었고 9살 딸은 또래보다 훨씬 야윈 모습으로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A 씨는 휴대전화 요금도 오랫동안 내지 못하는 등 외부와 상당 시일 단절된 삶을 살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 안에는 밥을 지은 흔적도, 먹을 만한 음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이 계장 부부는 곧바로 모녀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A 씨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장기가 망가져 배에 복수가 차 있었고, 딸 역시 며칠째 끼니를 거른 상태였습니다.
수액을 맞으며 치료를 받는 A 씨를 병원에 두고 이 계장 부부는 아이를 인근 식당으로 데려갔습니다.
아이가 따뜻한 떡국을 먹는 동안 이 계장은 "돈이 없어 밥을 먹지 못했다"라는 A 씨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이 계장 부부는 모녀의 친척과 어렵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습니다.
또 사비로 일부 병원비와 밀린 난방비를 보탰고, 관할 면사무소를 찾아 긴급 생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후 모녀가 긴급 생계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계장 부부는 비로소 안도했습니다.
이 계장은 오늘(5일) "이웃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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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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