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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코스피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전례 없는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킷 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하루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롤러코스터 행보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유동성 고갈로 침체기를 맞아 꽃샘추위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스피로 빠져나간 거래자금...시장 불황에 울상
5일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4조4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26조원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5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당시 가상자산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 가상자산 정책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때다. '디지털 금'으로 불린 비트코인의 국가 전략 자산 지정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차갑게 식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거시경제 불확실성 역시 한 몫을 했다.
다만 업황 불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현물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글로벌 거래소에 비해 유독 국내 거래소의 하락폭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한때 바이낸스에 이어 거래량으로 3~4위를 차지했지만, 이날 기준으로 약 31위까지 밀려났다. 10위권을 넘봤던 빗썸 역시 60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국내 증시로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이른바 '코스피 5000'으로 상징되는 국내 증시 활황을 맞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가상자산 시장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국내증시는 반비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024년 12월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19조원을 넘어서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을 합산한 수치를 추월했다. 그러나 이날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4조4938억원으로 코스피 시장(44조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불확실한 규제·개인 투자자 위주 시장, 외부 자극에 취약
국내 가상자산 시장 환경도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령 코인'이라고 불리는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인해 시장 신뢰가 무너졌고, 투자자들의 이탈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전 거래소 점검에 나서면서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자 유인 정책을 펼치기 어렵게 됐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국이 코스피 시장 대응에 집중하느라 가상자산 관련 법안 논의는 후순위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대응을 위해 불참을 선언하면서 일정이 순연됐다. 현재 당정협의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방향도 흔들리고 있다. 당초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 체계를 구축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다른 논의는 뒤로 밀렸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공식적으로 허용방침을 밝힌 법인 가상자산 투자도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달 중으로 법인 가상자산 투자 가이드라인을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법인과 외국인까지 투자가 가능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와 달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개인 투자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로도 힘든 상황에서, 국내 규제까지 불확실하니 버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수 기자 pjs@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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