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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사면초가' 식품업계… 중동發 원가 부담에 정부 가격인하 압박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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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재료·물류비 상승에 한계 도달
    정부 군기잡기에 버틸 수만 없어
    업계 '눈치보기' 한층 짙어질 듯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발 원가부담 상승 속에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까지 겹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환율과 물류비 폭등으로 원가부담은 커졌지만, 정부의 서슬퍼런 물가 압박 속에 가격조정을 놓고 '눈치보기'가 짙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라면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최근 식품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라면 4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농식품부는 전날에도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과 회의를 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는 표면적으로 시장 동향 파악과 업계 애로 청취를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밀가루 업계 담합과 가격 인하 이후 정부와 라면사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만큼 업계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 기조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간담회의 명분이 업계 동향 점검이지만, 사실상 최근 물가 인하 기조에 동참하라는 일종의 '군기잡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담합조사를 받은 제당·제분사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5%가량 인하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을 쓰는 상품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서 소비자는 혜택도 못 받고, 공정위가 열심히 한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언급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베이커리 업체가 빵·케이크 가격을 줄줄이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업체 7곳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사전고지 협약에 서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화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제품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외에도 인건비·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이 누적돼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로 유류비와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원가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밀과 옥수수 등 핵심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식품 물가가 고공행진한 바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이란 사태 후 원자재 가격, 물류비 등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제품 가격 인하는커녕 오히려 인상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가 라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서 팜유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원가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는데 정부의 가격통제로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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