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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냉골방에 쓰러져있던 모녀…고향 찾은 해경·공무원 부부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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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지난 설 연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모녀가 이웃의 도움으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종선 목포해경 예방지도계장(60)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18일 아내 윤옥희 씨(59)와 함께 처가가 있는 전남 함평을 찾았다.

    부부는 지난해 별세한 장모의 빈집을 정리하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던 중 평소 장모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모녀의 안부를 묻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어르신이 “(이웃 모녀가) 요즘 통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하자 부부는 떡을 챙겨서 곧장 해당 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은 냉기가 가득했다. 방 안에는 40대 여성 A씨가 배가 부푼 채 누워 있었고, 곁에는 그의 딸 B양(9)이 또래보다 훨씬 야윈 모습으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당시 집 안은 바깥과 온도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골 상태였고, 식사 흔적이나 음식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휴대전화 요금도 장기간 체납된 상태로, 모녀가 외부와 상당 기간 단절된 채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해경에 입직하기 전 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던 이 계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왜 불도 때지 않고 병원에 가지 않았느냐”는 이 계장 물음에 A씨는 힘없이 “돈이 없다”고 답했다. “마지막 식사가 언제냐” 물음에도 A씨와 B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부부는 곧바로 모녀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당시 A씨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장기가 손상돼 배에 복수가 차 있었고, B양 역시 며칠째 끼니를 거른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A씨가 치료를 받는 동안 B양을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떡국을 먹였고, 사비로 일부 병원비와 밀린 난방비도 보탰다. 또 모녀의 친척과 어렵게 연락해 상황을 알린 뒤 관할 면사무소를 찾아 긴급 생계지원 신청 절차를 도왔다.

    이들의 도움으로 A씨 모녀는 긴급 생계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모녀의 가족들은 이 계장에게 “살려줘 고맙다”며 “모든 치료가 끝나면 꼭 찾아뵙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계장은“이웃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더 이상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회, 한국 사회에 나타난 변화는?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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