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대 기술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려면 투자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회의론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빅테크 주식은 수개월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I 관련 지출 급증에 대한 우려와 경기 확장기에 강세를 보이는 다른 업종으로의 자금 이동이 겹친 탓이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6% 이상 하락한 반면, S&P 500 지수는 사실상 보합세를 보였다. 이는 2023~2024년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S&P 500 수익률을 세 배, 네 배 웃돌았던 흐름과는 정반대다.
테슬라를 제외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포워드 PER 변화 [자료=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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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락세 이후 이들 대형 기술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드물게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엔비디아(NVDA)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 수준으로 S&P 500과 비슷하며, 지난 10년 평균치인 35배에서 크게 낮아졌다. 아마존(AMZN)은 23배로, 지난 10년 평균치인 46배의 절반 수준이다. 테슬라(TSLA)를 제외하면 알파벳(GOOGL), 애플(AAPL),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포함한 그룹 전체가 예상 이익 대비 23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지난해 4월 관세 혼란 이후 가장 저렴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년간 빠른 매출 성장, 폭발적인 이익, 시장 지배력 덕분에 S&P 500 대비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던 흐름과 달리, 최근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며 빅테크 주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등 기업들이 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컴퓨팅 인프라에 투입하면서 자산 구조가 크게 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퍼스트 프랭클린 파이낸셜 서비스의 브렛 유잉 수석 시장 전략가는 "자산 경량형 기업에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던 구조가 빠른 속도로 자산 집약형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이익 성장 등 매력적인 요소는 남아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2026년 예상 이익 증가율은 19%로, S&P 500 내 나머지 493개 기업의 12%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로 인해 감가상각 자산이 늘고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들면서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 확대 [자료=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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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2026년 자본지출 규모를 총 6180억 달러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2025년 3760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의 앙여현금흐름은 올해 94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5년 2050억 달러, 2024년 2300억 달러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퍼스트 프랭클린 파이낸셜 서비스의 브렛 유잉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들 기업은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본지출 규모, 유지 관리, 물리적 자산과 무형 자산의 비율이 중요해졌다"며 "따라서 다른 밸류에이션과 기대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마존 주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 매출 성장세와 공격적인 시장 확장 투자 덕분에 초대형 기술주 가운데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거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예상 이익 대비 2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인 22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은 AI 컴퓨팅 역량 확장을 위한 막대한 자본지출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대신 구글과 협력해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접근법은 불과 7개월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매출 성장세가 개선되면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애플의 올해 자본지출은 134억 달러로 예상되며, 이는 아마존이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의 7%에도 못 미친다.
모간스탠리의 자산관리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리사 샬렛은 "일부 종목의 매도세는 지나치게 과도했을 수 있지만,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수준의 AI 지출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얼마나 회의적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이제 지속 가능한 이익 성장을 보여주는 기업과 이미 이익이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최근 4개월 동안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했으며, 지난주 깜짝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0월 29일 고점 대비 11%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AI 지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빅테크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퍼스트 프랭클린 파이낸셜 서비스의 브렛 유잉은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엄청난 규모와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그들이 해내는 일은 놀랍다"며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자 입장에서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kimhyun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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