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사들 줄줄이 알부민 광고로 돈벌이…"먹는 알부민, 체내 흡수 안 돼"
대한간학회, 환자 대응안 마련 방침…"알부민 광고 유명의사는 전문가 아냐"
알부민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먹는 알부민' 판매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로 회복과 간 건강, 체력 개선 등을 내세우는 알부민 광고가 TV와 온라인을 통해 넘쳐나고, 유명 의사까지 가세해 알부민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먹는 알부민 열풍'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먹는 알부민이 유익하다는 임상 근거는 없는 만큼 유명 의사들의 광고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면서 "값비싼 알부민 영양제를 사 먹느니 차라리 슈퍼에서 계란을 사 먹는 게 훨씬 낫다"고 직격했다.
◇ 알부민, 간에서 꾸준히 합성…"건강하면 보충 필요 없어"
알부민(albumin)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혈장(혈액에서 혈구 적혈구·백혈구·혈소판를 제외한 액체 성분) 단백질로,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간에서 하루에 약 10∼15g 정도의 알부민을 꾸준히 만들어 혈액 속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부민은 혈액을 따라 몸 전체를 돌며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혈액의 삼투압을 유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혈관 속에 물이 적절하게 머물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이다. 알부민이 충분하면 혈관 안과 밖의 수분 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간질환이나 영양결핍 등으로 알부민 수치가 크게 떨어지면 혈관 안의 수분이 조직으로 빠져나가면서 다리나 얼굴이 붓는 부종이 생기거나, 복강에 물이 차는 복수가 나타날 수 있다.
알부민은 또 체내 운반체 역할도 한다. 지방산, 호르몬, 빌리루빈, 칼슘 같은 물질은 물론 일부 약물도 알부민에 붙어 혈액을 통해 몸 곳곳으로 이동한다. 말하자면 혈액 속에서 여러 물질을 실어 나르는 '운반 차량' 같은 기능을 하는 셈이다.
평소 건강하다면 간에서 일정량의 알부민이 꾸준히 합성되는 만큼 별도로 보충할 필요는 없다는 게 대한간학회의 공식 입장이다.
◇ 알부민 주사는 치료제…'먹는 알부민'은 건강식품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알부민은 대부분 정맥주사 형태의 치료제다.
간경변이나 패혈증, 대량 출혈, 화상 등으로 혈중 알부민 수치가 크게 떨어진 환자에게 혈관으로 직접 투여해 체액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된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먹는 알부민'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또는 일반 식품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계란 성분이다.
문제는 섭취된 단백질이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혈액 속 알부민 단백질로 그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알부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한다고 해서 혈중 알부민 수치가 직접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알부민 수치는 간의 합성 능력과 영양 상태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지 특정 성분을 먹는다고 바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먹는 알부민, 건강한 사람에게 유익하단 근거 없어
세계적으로 먹는 알부민의 효과를 건강한 사람에게서 확인한 임상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임상 연구마저도 먹는 알부민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인도네시아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OPS'(Journal of Pharmacy and Science)에 발표한 논문(2024년)을 보면 폐 질환 환자 87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알부민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투여 전후 혈중 알부민 농도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P=0.541)으로 나타났다.
또 스위스 바젤 대학병원 연구팀은 입원환자 763명에게 영양 보충 치료를 시행했지만, 단기간(7일) 혈중 알부민 농도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임상 결과를 2023년 국제학술지 '유럽임상영양저널'(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했다.
알부민 수치 변화가 단순한 영양 섭취보다 염증 상태나 질병 회복 과정과 더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국제학술지 '신장영양학'(Journal of Renal Nutrition)에 발표된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의 연구(2004년)에서는 혈청 알부민이 낮은 혈액투석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단백질 보충제를 제공하는 것보다 오히려 식이 상담을 통한 식단 개선이 혈중 알부민 증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단백질 열풍 속 상술이 만들어낸 '알부민 시장'
흥미로운 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먹는 알부민 제품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 의료계에서는 알부민이 간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인 만큼 경구 섭취로 혈중 알부민 농도를 직접 높인다는 개념 자체가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먹는 알부민'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 저하와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단백질 보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혈액 단백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알부민이 건강식품으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방송 광고와 유명인의 홍보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알부민 성분의 영양제는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알부민보다 고기·두부·계란 등 균형 잡힌 식사가 더 효과
알부민 관련 의학 전문가 단체인 대한간학회는 조만간 혼탁해지는 알부민 관련 제품에 대한 의견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알부민 수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특정 보충제가 아니라 간 기능과 전반적인 영양 상태이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역시 균형 잡힌 식사와 건강한 생활 습관이라는 점을 부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학회 송명준 홍보이사(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는 "요즘은 주치의와 상의 없이 알부민 제품을 몰래 섭취하는 환자가 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노이즈마케팅을 우려해 학회 차원의 대응을 삼갔지만, 갈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환자 대응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영석 이사장은 "단백질인 알부민은 먹더라도 그 자체로는 몸에 흡수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서 "알부민이 인체에 유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이 알부민을 먹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명 의사들의 알부민 광고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임 이사장은 "유명 의사들이 나와 알부민의 효능을 말하지만, 이를 전문가 의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고가의 알부민을 사 먹는 대신 육류, 두부, 계란,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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