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7 (토)

    [이지 사이언스] "섬유근육통 비밀 풀고 싶어"…MRI 속 정자세로 2시간 버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충완 IBS 부연구단장 연구팀, 개별 환자 고통 강도 분석기술 개발

    섬유근육통 환자 참여 위해 영상 만들기도…"개개인 맞춤형 의료시대 열것"

    연합뉴스

    통증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만성 통증은 성인 5명 중 1명이 겪는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전신에 광범위한 통증이 지속되는 섬유근육통이 대표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마비시킬 수준의 고통이 오지만, 환자마다 특성이 다른 데다 체온처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고 원인조차 알기도 어렵다.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보니 의학계에서도 관심이 줄어들고 있고, 환자들도 자신이 겪는 고통을 알아낼 방법이 없어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에 빠지게 된다.

    최근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든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이런 통증의 비밀을 풀기 위해 수십차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속에 수 시간씩 몸을 맡겼다.

    자신의 통증을 정확히 알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과, 통증의 비밀을 푸는 기초연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우충완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 조성근 교수와 공동으로 만성 통증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뇌 패턴을 분석해 고통 강도를 뇌 영상을 읽어내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를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기존 연구들이 여러 환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통증 지표를 찾는 데 집중한 것과 반대로 연구팀은 개별 환자 특성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접근에 주목했다.

    한 사람에서라도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정확한 예측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 접근법의 문제는 환자가 실험실까지 방문해 MRI 기계 내에서 2시간 이상 정자세로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촬영을 진행하는 일을 20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연합뉴스

    만성 통증 뇌과학 분석 실험 참가자 모집 영상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환자의 마음을 얻는 방식으로 참여자 모집에 나섰다.

    우 부연구단장은 "환자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어서 환우회 카페에 영상도 공유하면서 관계를 점차 맺어갔다"며 "환자분들의 기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해 3명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1저자인 이재중 박사후연구원은 "카페를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내 통증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며 "실험에 참가하는 환자를 모으기는 어려웠지만 관심은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모은 환자 3명을 대상으로 연구팀은 수개월간 반복해 뇌 활성화를 감지하는 fMRI를 촬영하고,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개별 환자만의 '뇌 기능 커넥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커넥톰은 뇌 여러 영역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체계를 지도로 나타낸 것으로, 이를 통해 연구팀은 환자가 수개월간 겪은 통증 세기 변화를 뇌 영상 정보만으로 정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연구팀은 통증과 관련된 뇌 반응 패턴이 지문처럼 고유하면서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서 한 환자의 통증 패턴이 다른 환자 통증을 설명하는 데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밝혀냈다.

    연합뉴스

    뇌 영상 기반 만성 통증 지표의 뇌 영역별 중요도
    [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참가자가 함께 주체가 되어서 진행한 연구"라며 연구의 공을 참가자들에 돌렸다.

    실제로 실험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으로 당일에 촬영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만성통증 심리치료 전문가인 조 교수와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하며 연구를 수행했다.

    이 박사후연구원은 "통증과 관련해 삶이나 일상생활, 감정에 대해서도 물어보며 통증의 맥락이나 서사를 찾기 위한 시도도 했다"며 "통증이 주는 삶의 영향이 심리치료 등을 병행할 때 나아질 수 있는지도 보려 했는데 이번 연구엔 담지 못해 추가로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 부연구단장은 "만성 통증 환자분들이 겪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아픔'을 뇌 영상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인 방식으로 측정하고 수치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단순한 진단을 넘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