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력보다 ‘실력’…머스크 채용 철학 변화
빅테크 간판보다 ‘인성’…재능·추진력·신뢰성 중요
선한 마음 강조했지만…여전히 냉혹한 ‘성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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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채용 철학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압도적인 기술적 재능과 그럴듯한 간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검증된 실력’과 ‘선한 마음씨(Goodness of Heart)‘라는 새로운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머스크는 존 콜리슨 스트라이프(Stripe) 공동창업자와의 팟캐스트 대화에서 자신의 달라진 채용 철학과 과거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공개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그럴듯한 이력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는 “화려한 경력 기술서보다 투박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과거 구글이나 애플 출신 인재라는 타이틀에 현혹됐던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 역시 ‘요정의 가루(Pixie Dust)’ 환상에 빠진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빅테크 기업 출신 지원자를 뽑으면 그들이 가진 마법 같은 능력이 테슬라를 즉시 성공시켜 줄 것이라 막연히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가 성장하던 시기 애플은 테슬라 엔지니어들에게 기존 급여의 2배를 제안하며 공격적인 영입을 시도했다. 2018년 한 해에만 테슬라 출신 직원 46명이 애플로 이적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사하거나 생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재를 가로채는 일이 매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숱한 시행착오 끝에 화려한 약력이나 업무 이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배경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머스크는 이제 후보자의 간판보다 재능, 추진력, 그리고 신뢰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그는 “이력서는 매우 인상적일 수 있지만, 20분간 대화한 뒤에도 ‘와우(Wow)’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종이가 아니라 당신이 직접 느낀 대화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직원들에게 항상 주문하는 원칙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보통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자 나 스스로에게도 되뇌는 것은 ‘이력서를 보지 말라’는 것”이라며 “오직 대화에만 의존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철학은 AI 시대의 채용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부풀려진 이력서(fluffy résumés)’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문서 바깥의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머스크가 말한 “이력서보다 대화를 믿으라”는 조언은 말재주를 보라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을 집요하게 ‘팩트 체크’하라는 의미다. 테슬라가 채용 과정에서 일반적인 자소서 대신 “가장 어려웠던 기술 문제 세 가지와 해결 과정”을 적어내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선한 마음씨’다. 여기서 머스크가 말하는 선한 마음은 단순히 ‘착한 사람’을 뜻하는 도덕적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한때 이 부분을 과소평가했지만, 결국 그가 좋은 사람인지, 믿을 만한지, 똑똑하고 재능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직이 커지고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초래하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다. 고압적인 환경에서 막대한 권한을 맡겨도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신뢰성’ 있는 사람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가치관은 바꾸기 어렵다”며 재능, 추진력과 더불어 인간적인 신뢰를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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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냉혹한 성과주의...“결과를 못 내면 싫다”
물론 머스크가 ‘선한 마음’을 강조한다고 해서 성과에 대한 기준을 낮춘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본질적인 기준은 여전히 “일을 되게 만드는가(Get things done)”에 있다.머스크가 찾는 인재는 단순히 착한 사람이 아니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를 견뎌낼 ‘추진력’과 조직을 배신하지 않을 ‘신뢰성(선한 마음)’을 가지고 확실한 ‘성과’를 낼 복합적인 인재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기준과 특유의 마이크로매니징(그는 이를 농담조로 ‘나노매니징’이라 부른다) 스타일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극한의 몰입을 요구하는 탓에 조직 내 피로도가 높아지고, 핵심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머스크의 기업들은 경영진 유출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머스크의 AI 스타트업인 x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크 리베라토레는 합류 3개월 만에 경쟁사인 오픈AI로 이직하며 “102일 동안 주 7일, 120시간씩 일했다. 거친 여정이었다”는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슬라 역시 최근 CIO를 비롯해 홍보 및 배터리 부문 고위직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결국 머스크는 ‘실력’만 있고 인성이 나쁜 사람은 배제하되 ‘인성’은 좋지만 성과를 못 내는 사람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화려한 간판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태도를 집요하게 검증하려는 그의 채용 방식이 왜 그토록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그의 채용론은 “일을 되게 하는 사람을 찾되 조직을 무너뜨리지 않을 신뢰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요약된다. 스펙보다는 실력, 실력 못지않게 태도를 검증하는 그의 채용 방식은 인재 유출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수하는 ‘머스크식 인재 경영’의 핵심이다.
“제발 몸만 오세요” 머스크가 한국 엔지니어한테 싹싹 빌 수밖에 없는 배경
조수연 AX콘텐츠랩 기자 newsu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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