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마비, 150불 돌파 전망
韓 선박 발 묶여 물류비도 폭등
반도체·자동차 수출 전선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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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가가 하루 만에 12%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군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이 급감한 여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의 공급망 차질로 전이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류비 상승과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을 넘어 수출 주력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까지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9.89달러(12.21%) 급등한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상승률은 35.63%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최대치다.
‘장대한 분노’ 작전에 막힌 해협… “유가 150달러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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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의 핵심 변수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 상태다. 미 중부사령부는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개시 1주일 만에 이란 선박 43척을 파괴하고 3000여 개의 군사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의 유조선 호위 선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50척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은 이달 3일 기준 단 한 척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유 공급량 자체도 줄어들 조짐이다. 쿠웨이트와 이라크가 일부 유전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통항 불가 사태가 2~3주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해 세계 경제 성장률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상 운임·보험료 폭등… 韓 물류·석유화학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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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약 13.9%를 차지하는 핵심 항로다. 통항 제한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국내에만 원유 45항차, LNG 8항차 규모의 도입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국회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하루 석유 소비량에 맞먹는 2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 7척을 포함해 한국 선박 40척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우회 항로를 이용하더라도 물류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중동에서 한국까지의 운송 기간은 종전 25일에서 최대 60일까지 지연될 수 있다.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지수는 전쟁 발발 전 대비 3.3배 급등했고, 선박 전쟁 위험 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12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수입 나프타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K-반도체 수요 위축·자동차 판매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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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는 국내 첨단 산업의 수출 전선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동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7~8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허브로 부상 중이다. 전쟁 여파로 30조 원 규모의 UAE 스타게이트 등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의 90%를 중동에서 조달한다는 점 역시 공급망의 잠재적 불안 요소다.
자동차 산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동 자동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로 도요타(17%)에 이어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고유가와 전쟁 리스크가 현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경우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선제적인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생산 비중이 높은 원자재의 경우 선물 시장 등을 활용해 가격 변동 위험을 분산하는 헤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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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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