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들 기존 IP로 방치형 신작 쏟아내
개발비 적고 매출 높아 '가성비 캐시카우'
스톤에이지 키우기 |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내 게임업계가 플레이어 조작을 최소화한 방치형 키우기 게임에 빠졌다.
글로벌 게임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게임사들이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기존 게임 지식재산(IP)과 개발 자료를 재활용하는 '저비용 고효율'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이플 키우기 |
◇ 3N 모두 방치형 키우기 게임 만든다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게임사는 이미 대표 IP를 방치형 키우기 게임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가장 따끈따끈한 방치형 키우기 게임은 넷마블[251270]이 이달 3일 내놓은 '스톤에이지 키우기'다.
'스톤에이지 키우기'는 1999년 첫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에서는 2015년 서비스가 끝난 고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톤에이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넷마블이 만든 방치형 게임이다.
넷마블이 방치형 게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대표작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선보였고 그 이듬해에는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를 출시했다.
작년에도 SNK의 격투 게임 기반 방치형 게임 '킹 오브 파이터 AFK'를 선보이는 등, 매년 1종의 방치형 게임을 새롭게 내놨다.
넥슨도 대표작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에이블게임즈와 공동 개발한 '메이플 키우기'를 작년 11월 선보였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에 이어 '바람의 나라' 기반 방치형 게임 제작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가 순항하고 있던 작년 12월 '바람의나라: 연' 개발을 총괄했던 이태성 디렉터를 신규 개발 자회사 딜로퀘스트의 개발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바람의나라 키우기'·'바람키우기'·'방치바람' 등 상표권 3종을 출원했다.
엔씨소프트[036570]도 2024년 말 방치형 MMORPG '저니 오브 모나크'를 출시했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 기반의 방치형 게임으로, 출시 1년가량이 흐른 현재까지도 꾸준히 업데이트와 신규 이용자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저니 오브 모나크' |
◇ 개발 난도 낮지만 수익성은 '최고'
방치형 게임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원을 모으는 게임이다.
누구나 짬짬이 즐길 수 있도록 조작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되, 보상은 자주 지급하며 이용자를 오랫동안 게임에 붙들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방치형 게임은 특성상 복잡한 시스템이나 고퀄리티 그래픽이 필요하지 않다. 진행 방식이나 BM(수익모델) 역시 선행 게임들과 대동소이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 난도가 낮고, 대형 게임사라면 기존 게임에 쓴 이미지나 음성 같은 애셋을 재활용해 큰 투자 없이 개발할 수 있다.
반면 방치형 게임이 한번 성공할 경우 벌어들이는 수익은 막대하다.
일례로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직후 국내 양대 앱 마켓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유료 아이템 확률 오류로 제작진이 3개월치 매출에 해당하는 수익에 대한 '전액 환불'을 결정한 초유의 사태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이 일본법인 실적발표 당시 확률형 아이템 표기 오류로 선반영한 3개월간의 손실액은 1천300억원에 달한다.
달리 말하면, '메이플스토리'의 애셋을 재탕해 만든 게임이 다달이 최소 4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앱 마켓에 올라와 있는 방치형 키우기 게임 |
◇ 위험 회피에 비슷비슷한 게임 양산…혁신 동력 잃을라
대형 게임업체들의 성공을 보며 중견·중소 게임사들도 대표작이나 올드 IP 기반 방치형 키우기 게임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컴투스[078340]는 지난해 '서머너즈워' 기반의 방치형 게임 '서머너즈 워: 러쉬'를 선보였고,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를 소재로 한 게임 '포링 키우기'를 출시했다.
뉴노멀소프트도 최근 라인게임즈가 보유한 국산 고전 RPG IP '창세기전'을 기반으로 '창세기전 키우기' 사전 등록에 들어갔다.
게임사들이 방치형 키우기 게임에 빠진 이유는 대형 신작이 살아남기 어려워진 시장 상황이 한몫한다.
중국 게임업계가 압도적인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고, 트리플A급 콘솔 게임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북미와 일본 게임업계가 기존에 쌓아온 인지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흥행 보증 수표인 '인지도 높은 기존 IP'와 '방치형 게임' 두 가지 키워드를 결합해 내수 시장을 노리고 기존 IP 기반 방치형 게임을 찍어내듯 만드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게임업계가 흥행 장르 답습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들 역시 비슷비슷한 게임들의 범람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게임산업은 범람하는 숏폼 콘텐츠에 콘텐츠 산업의 파이를 잠식당하고 있다.
그 어느 장르보다 숏폼과 유사한 방치형 게임이 더 혁신적인 게임과 IP를 만들 자금을 버는 발사대 역할을 한다면 이상적인 그림이겠지만, 게임업계가 거기에 머문다면 장르의 퇴조와 함께 함께 침체되는 미래만 있을 테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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