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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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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총리, ‘대미 굴욕 외교’ 지적에 “유럽엔 미국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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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와 정상회담 때 시종 ‘저자세’ 일관

    “방송 카메라 켜 있을 때 언쟁해선 안 돼”

    美에 안보 의존하는 유럽 현실 거듭 강조

    최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 후 불거진 이른바 ‘대미 굴욕 외교’ 논란에 입을 열었다. 메르츠는 트럼프 특유의 스타일을 거론하며 자신이 저자세를 취한 것은 의도적이었음을 역설했다. 또 유럽은 당분간 미국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는 이날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를 찾아 그가 속한 기독민주당(CDU) 지지를 호소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선 오는 8일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인데, 메르츠가 이끄는 현 연립정부 유지를 위해선 CDU의 승리가 절실하다.

    세계일보

    6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오는 8일 지방선거 실시를 앞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소도시 슈토카흐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메르츠는 유세 도중 지난 3일 열린 미·독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적극 해명했다. 당시 트럼프는 백악관을 찾은 메르츠 앞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 수행 노력을 장황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대하는 유럽 동맹국들의 태도에 마치 점수를 매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독일은 훌륭했다”라는 말로 포문을 연 트럼프는 “일부 유럽 국가들, 예를 들어 스페인은 형편없었다”고 일갈했다. 이란 공습에 나선 미군의 스페인 내 공군 및 해군 기지 사용 요청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을 겨냥한 비난이었다. 트럼프는 또 “스페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으로 올리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며 “스페인과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영국도 트럼프에게 한 방 얻어맞았다. 트럼프는 미군의 이란 공습에 앞서 인도양에 있는 옛 영국령 차고스 제도(諸島)의 디에고가르시아 공군 기지 이용 허가를 요청했으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비록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긴 했으나 트럼프는 “영국이 매우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스타머를 겨냥해 “미·영 관계를 망치고 있다”까지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정상회담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메르츠는 트럼프의 거친 언사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해서 ‘대미 저자세, 굴욕 외교’ 논란에 휘말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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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이렇게 ‘말폭탄’을 쏟아내는 동안 메르츠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영국과 독일은 나토 동맹국이고 스페인은 독일이 이끄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다. 자연히 정상회담 후 독일 국내는 물론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독일 총리로서 트럼프의 도 넘은 발언을 제지하고 유럽의 입장을 대변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메르츠는 이 같은 대미 굴욕 외교 논란에 대해 “적어도 방송 카메라가 생중계하는 동안에는 미국 대통령과 언쟁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칫 트럼프에게 꼬투리를 잡혀 ‘외교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5년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트럼프의 발언을 가로막았다가 불필요한 논쟁으로 비화하는 바람에 아무런 소득 없이 정상회담이 끝난 점을 지적한 셈이다.

    트럼프의 동맹 경시 노선에 따라 EU 역내에선 요즘 ‘유럽에 의한 자주 국방’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메르츠는 “독일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예전의 미국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마저 포기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르츠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럽 대륙을 방어하는 데 있어 유럽은 당분간은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못박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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