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인사이트 발간 보고서
발행·유통 분리 구조에 가격 변동성 확대
“중앙은행 화폐로 최종결제해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과 별관.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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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로 기능하려면 중앙은행 기반 환매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발행 주체보다 법정화폐와의 교환 구조 설계에 달려 있다는 내용이다.
8일 토스인사이트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화폐로 자리 잡으려면 예금화폐와 직접 교환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현재와 같은 교환 체계로는 화폐 단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화폐와 같은 ‘돈’처럼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등가교환성(액면가 교환) ▷준비자산 설계 ▷환매·정산 인프라는 무엇이고 이를 통해 화폐 시스템의 분절화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화폐와 동일한 가치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단일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봤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액면가로 교환된다는 신뢰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화폐 시스템에서 화폐의 단일성은 중앙은행 결제 구조를 통해 유지된다. 서로 다른 은행의 예금이라도 중앙은행 계정을 통한 결제로 동일 가치가 보장된다. 이용자는 개별 은행의 신용을 일일이 따질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자의 준비자산과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는 일대일 교환이 흔들리며 디페깅(de-pegging)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유에스디코인(USDC)이 0.88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0월 같은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 위험성을 경고했다.
홍 소장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이 분리된 구조가 가격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1차 발행 시장에서 발행기관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투자자나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발행·환매를 진행하고 일반 투자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등 2차 시장에서 이를 매매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문제는 2차 시장 가격 변동에 대해 발행자가 관리나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다. 일반 투자자가 발행사를 통해 직접 환매하기 어려운 만큼 거래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홍 소장은 “발행-유통 분리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시장 가격 변동에 대한 발행자의 책임 부재를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준비자산 구성 역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홍 소장은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 투명성이 부족할 경우 디페깅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보관기관의 신용도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화폐 간 교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더해졌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이 동일 플랫폼에서 교환되고 최종 결제가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질 경우 화폐 시스템의 분절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홍 소장의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 교환은 표준화된 절차가 없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용자가 거래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다. 홍 소장은 디지털자산과 법정화폐 교환 과정인 온·오프램프(on·off ramp)에 대해 “환전과 같이 교환 비용이 높다”며 “하나의 화폐 제도 내 화폐 교환처럼 비용을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직접 플랫폼에 참여해 발행과 유통을 함께 담당하고 온·오프램프 서비스를 간소화해야 한다”며 “교환의 최종결제는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해당 인프라에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화폐 간 교환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발행 주체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추진 과정에서는 은행 중심 발행 구조(50%+1주)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정작 스테이블코인 교환 구조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홍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성패는 발행 주체보다 교환 구조에 달려 있다”며 지급결제 인프라 설계가 핵심 과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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