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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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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경] 나라없는 민족의 쿠르디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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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중동전쟁에는 낯익은 풍경이 있다. 빗발치는 공습과 미사일 아래 불타오르는 유전, 중화기로 무장해 전선을 누비는 수많은 민병대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으레 ‘쿠르드족’이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전에서도 지상 작전 투입설이 나오는 이들도 바로 쿠르드 무장세력이다. 미군을 대신해 위험천만한 지상전을 감내하려는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 피의 대가로 ‘국가 건설’을 향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인구 3000만 명이 넘는 쿠르드족은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대표적인 ‘나라 없는 민족’이다. 그들의 고향 ‘쿠르디스탄’은 튀르키예·이란·이라크·시리아 등 네 국가의 험준한 국경 산악지대에 걸쳐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세브르조약을 통해 독립의 희망이 피어오르는 듯했으나 3년 뒤 로잔조약에서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쿠르드의 역사는 가혹한 국경과 끝없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이어져왔다. 주변국들은 영토 분할을 우려해 그들의 자립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았고 강대국들은 필요할 때만 쿠르드의 용맹함을 소모품처럼 활용했다. 산악 지형에 최적화된 쿠르드 전사들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지상군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걸프전, 이라크전,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시리아 내전 등에서 그들은 미군의 가장 믿음직한 ‘창과 방패’였다.

    이들은 우리나라와도 묘하게 닿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 5000여 명의 병력을 보낸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다. 당시 중공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운 튀르키예 정예병 중 상당수가 바로 쿠르드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한 조각에도 쿠르드족이 흘린 피가 섞여 있는 셈이다.

    전쟁 중에는 ‘귀한 동맹’ 대접을 받지만 총성이 멎으면 그들에 대한 약속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쿠르드 사회에는 뼈아픈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 “쿠르드에게 유일한 친구는 산(山)뿐이다.” 냉혹한 국제 질서에서 나라 없는 민족이 겪는 비애다.

    한영일 논설위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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