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새 국면]
전쟁 “거의 끝” 발언에도 추가 군사 압박 계속 시사
유가 급등 속 시장·정치 계산 깔린 ‘이중 메시지’ 분석
펜타곤 “우리는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을 뿐” 온도차
이란 “전쟁의 끝은 우리가 결정”…원유 수출 차단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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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달래고 이란 압박…트럼프 ‘이중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CBS 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은 사실상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란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해군은 바다 밑에 가라앉았고 공군과 통신망도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군사적 의미에서 남은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약 80%가 파괴됐고 해군 함정 수십 척도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플로리다 도럴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정책 행사에서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이미 승리했지만 아직 충분히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며 “궁극적인 승리를 달성할 때까지 더욱 단호하게 전진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또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이 나라를 누가 이끌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적이 완벽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군사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발언이 동시에 나오면서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계산된 ‘이중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시장과 유권자에게는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유가 급등과 전쟁 피로감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이란에는 군사 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 압박을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전쟁 상황과 함께 에너지 시장을 의식한 발언을 내놨다. 특히 그는 최근 급등한 유가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군이 호위할 수 있다고 밝혔고 “유가 안정을 위해 일부 석유 관련 제재를 면제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의 군사적 압박은 유지하면서도 시장에는 에너지 가격 안정 신호를 보낸 셈이다.
전쟁 조기 종식 메시지를 낸 배경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참모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가 정치적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군사적으로는 아직 작전이 진행 중인 만큼 이란에는 군사 작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 압박을 유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군은 공습을 중심으로 이란의 군사 인프라와 미사일·드론 능력을 계속 타격하고 있으며 개전 이후 이란 내 수천 곳의 목표물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펜타곤 역시 전쟁이 끝났다는 인상과 거리를 두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을 뿐”이라며 작전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전쟁 목표 자체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군사 행동의 목적을 정권 교체(regime change), 핵 프로그램 제거, 탄도미사일 능력 무력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등 혼선을 보여왔다.
이란 장기전 전략…“전쟁 끝 결정은 우리”
트럼프의 엇갈린 메시지와 별개로 이란이 에너지 시장을 지렛대로 장기전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가장 큰 리스크다. 실제 이란은 전쟁 장기전을 염두에 둔 강경 대응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란의 정예 군사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결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IRGC는 또 “이 지역의 질서와 판도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렸다”며 “미국 군대가 전쟁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걸프 지역 원유 수출 차단 가능성도 다시 언급했다.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원유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며 에너지 공급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초기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점도 이란의 강경 노선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존 호프먼 연구원은 이번 상황이 또 다른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버티기에 들어가고 미국 내 강경파가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주의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몰아가면 전쟁은 더 확대할 수 있다”며 “지금의 흐름은 미국이 또 다른 ‘끝없는 전쟁’으로 향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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