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자영업자 노린 '정부 사칭' 기승
점포 철거비 지원금 노린 철거업체 소행
소진공 "제3자 부당개입…수사 의뢰 검토"
13일 정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은 지난해 12월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정부 기관 사칭 사기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제3자 부당개입은 불법 브로커가 정부 재원을 기반으로 지원되는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겠다며 정부 기관을 사칭하거나 관련 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폐업 점포에 정부 기관을 사칭한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박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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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폐업 점포가 늘어나는 곳마다 '정부 사칭 홍보물'이 나붙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일대 폐업 점포들에 이 같은 사칭 안내문이 부착됐다. '본 중소기업청에선 폐업할 경우 폐업 위로금을 최고 600만원까지 지급한다'며 안내문 하단 번호로 연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안내문에 적힌 중소기업청은 2017년 중기부 격상으로 사라졌다.
해당 번호로 문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청 직영 업체"라며 "문자로 점포 주소를 남기면 견적을 내러 방문하겠다"고 소개했다. 이 업체가 노리는 건 소진공이 운영하는 '점포 철거비 지원 사업' 정책 지원금이다. 폐업 예정자 또는 폐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점포 철거에 드는 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평당 20만원까지 최대 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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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사칭한 업체들은 이 철거 지원금을 가로채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철거비를 받으려면 소상공인이 임대차계약서, 건축물대장 등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추후 철거업체에서 발급한 공사내역서와 전자세금계산서, 이체확인증, 점포 철거 전후 사진 등 정산 서류까지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철거업체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자 정부 기관을 사칭해 폐업 점포를 유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자금·지원금 신청에 개입하는 불법 브로커 등은 지원금 신청을 대신 해주겠다면서 계약을 유도하거나 허위 서류 작성을 미끼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을 사칭한 업체 주소로 직접 찾아가 보니 낡은 간판이 내걸린 폐업 점포만 남은 상태였다. 이 업체 관계자에게 수수료 등은 얼마인지 재차 문의하자 "철거비를 산정해 지원금이 나오면 철거비를 빼고 남은 돈을 가지면 된다"며 "의심할 거면 문의하지 말라"고 했다.
이 업체처럼 정부 기관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해 공신력을 사칭할 경우 현행법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정부 기관을 사칭해 마케팅에 불법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347조에 따른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정부 기관을 사칭한 안내문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제3자 부당개입에 해당한다"며 "향후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책자금 문제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중기부 신고센터를 통해 228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단순 민원이었지만, 위법성이 의심되는 사례는 제재를 검토 중이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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