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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5 (일)

    “당구 치고 와보니 짐 싸서 나가고 없었다”…동거녀 암매장 사건의 전말 [오늘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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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사라졌다” A씨 언니의 실종 신고

    동거남 “여친 짐 싸서 나갔다” 거짓 증언

    살해 후 이삿짐 박스에 담아 10km 밖 암매장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서울경제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10년 전인 2016년 3월 15일. 경기 안양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실종 사건의 진상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30대 동거남을 검거했고, 그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실종 신고로 시작된 수사…CCTV에 남은 수상한 장면=사건의 시작은 같은 해 2월 17일이었다. 이날 오전 9시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는 A씨(22)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언니의 신고가 접수됐다. 며칠째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A씨와 함께 살던 동거남 이모(36)씨는 “한 달가량 함께 살던 여자친구가 2월 12일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초기 경찰은 단순 가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5일 뒤인 2월 22일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상황이 달라졌다.

    영상에는 12일 자정 무렵 A씨와 이씨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지만, A씨가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에 2월 14일 오전 1시 25분쯤 이씨가 대형 종이박스를 카트에 실어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참고인 조사에서 이씨는 “사무실 계약이 끝나 사무용품을 집으로 옮기자 A씨가 화를 내 싸웠고, 이후 친구와 밥을 먹고 당구를 치고 돌아왔더니 집을 나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거짓이었다. 경찰 조사 이후 잠적했던 그는 같은 해 3월 14일 대구의 한 찜질방에서 붙잡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말다툼 끝 살해…휴대전화 문자로 ‘홍대행’ 꾸며=2월 13일 이씨는 정리한 사무실 물건을 집에 두는 문제로 A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욕설이 오가는 과정에서 격분한 그는 A씨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그는 친구와 인근에서 당구를 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이후 다음 날 오전 1시 25분쯤 A씨의 시신을 대형 박스에 담아 카트에 실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했고, 이를 렌터카에 실어 밖으로 옮겼다.

    그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니에게 “지금 홍대로 가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단순 가출처럼 보이게 하려고 서울 홍대 인근에 휴대전화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시신은 안양 오피스텔에서 약 10km 떨어진 경기 광명시의 한 공터에 암매장됐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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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검증서 범행 재연…“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현장검증에서 피의자 이씨는 남색 야구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현장으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이 “숨진 동거녀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현장검증에서는 범행 과정이 그대로 재연됐다. 이씨는 오피스텔 안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다시 이를 대형 종이박스에 담아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장면까지 재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범행 과정을 설명했지만 이후 눈물을 글썽이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암매장 장소는 주변에 농업용 비닐하우스가 있어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차량 통행이 있는 도로 인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당일 안양의 한 공사장에서 타일용 시멘트 가루가 담긴 포대를 가져와 시신을 묻은 뒤 그 위에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흙을 굳게 만들어 범행 흔적을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계획적 살인”…법원은 징역 18년 선고=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 검찰은 범행 직후 시신을 묻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들어 “계획적 살인”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부대장 표창을 받은 점, 전처와 사이에 어린 두 딸이 있는 점, 과거 자살을 시도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달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계획적 살인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7월 15일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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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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