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본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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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 알약은 지난 12월 미 규제 당국의 승인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미국에서 30만건 이상의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약은 미국에서만 출시된 상태로, 임상 시험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약 17%를 기록한 바 있다. 미 바이오 기업 바이킹테라퓨틱스의 브라이언 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제약 역사상 가장 빠른 신약 출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위고비 알약의 흥행은 최근 경쟁 심화로 고전하던 노보노디스크에 중요한 반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 기반의 비만약 시장을 개척, 한때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경쟁 심화와 연이은 임상 실패, 파이프라인 정리로 곡절을 겪었다. 지난 1년간 회사 주가는 50% 이상 하락해 유럽 시총 1위 지위를 내어주며 현재는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노바티스 등에도 뒤처진 상태다.
반면 동기간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는 비만약 부문에서 선전하며 시총 1조달러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체 개발한 티르제파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로 판매되며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기준 릴리의 비만약 처방은 약 14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보노디스크 처방 건수(약 92만4000건)의 1.5배에 달한다.
양사의 경쟁은 향후 경구 비만약 부문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비만약은 대부분 주사제 투약이 기본 전제됐으나, 알약 형태가 개발되며 복용 편의성이 높아져 시장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릴리 또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으로, 오는 4월 미 당국의 규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평균 12.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위고비 알약 출시 과정에서 과거의 공급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위고비 출시 초기에는 공급 차질로 혼란을 빚었지만, 최근 제조 능력을 확대하고 홈페이지 등 자사 직판 채널을 구축했기 대문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에번 사이거먼 애널리스트는 “위고비 알약 출시 성공은 노보노디스크가 과거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릴리의 알약 승인 전까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구조적 도전도 회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 위고비와 오젬픽의 핵심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핵심 특허가 브라질·중국·인도·남아공·튀르키예·캐나다 등 10국에서 21일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만 11개 제조사가 제네릭(복제약) 비만 치료제 생산 허가를 신청했으며, 인도에서는 약 40개 업체가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약값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제품 특성에서도 경쟁 요소가 존재한다. 위고비 알약은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하며 복용 후 최소 30분간 음식 섭취가 제한된다는 특징이 있으나,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별도의 섭취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이크두스타르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약 복용 후 아침 샤워 후 준비 시간을 가진다면 30분이 지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아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는 경구제 출시가 신규 고객 유입을 촉진하면서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고비 알약의 초기 수요가 기존 주사 치료제 사용자가 아닌 신규 환자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분석, 경구 비만약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기보다는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바이오 투자 펀드 담당 마렉 포셉친스키 파트너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사 제품에 견줄 분명한 차별점이 필요하다”며 “차별화 지점이 없다면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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