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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신재현 “이라크·아프간처럼 이란전쟁 장기화 우려…이란과 척져서는 국익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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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현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 인터뷰

    이명박정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로 이란 수십차례 방문

    지금도 이란 고위층과 소통…‘지옥의 문’ 열려 전쟁 장기화

    이란, 합당한 보복 판단 이후 종전…美, 수렁 탈출 힘들 수도

    설령 패전해도 게릴라전…러시아의 물밑지원 지속될 것

    美의 군함파견 요구, 중동 에너지 의존·경협 고려시 안돼

    “이란과 원수되지 말고 종전 후 재건·자원개발 생각해야”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이란은 합당한 보복을 했다고 생각해야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도 있지만 우리가 이란과 척을 져서는 결코 국익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란통’으로 꼽히는 신재현(80) (사)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전쟁 목적을 달성한 승리’라며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옥의 문’을 연 상황이라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의 복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트럼프의 요구로 이란과 대립하는상황으로 내몰리는 딜레마를 잘 극복해야 한다”며 “만약 이란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을 해 원수가 되면 국익을 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서울대 법학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오랫동안 김앤장에서 국제전문가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년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로 활동할 당시 이란의 핵개발에 따른 미국의 경제 제재로 현지 원유 수입이 까다로워지자 원유 대금의 원화 결제를 주도했다. 이란을 40여 번이나 방문한 그는 현지 국립대인 ‘알라메 타바타바이대’에서 명예법학박사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도 텔레그램으로 이란 고위층들과 소통한다.

    서울경제

    우선 그는 “페르시아의 역사·문화를 사랑하며 이란과는 특수관계”라며 “2010년 이란에서 기름을 사올 때 매달 기름값을 유럽의 소형 은행을 통해 보내는 등 달러 결제가 힘들어지자 ‘서울에 원화 구좌를 두고 원유대금으로 한국 물건을 사가라’는 아이디어를 내 치밀한 협상 끝에 성사시켰다”고 술회했다. 그렇지만 이후 원화구좌 예금이 천문학적으로 쌓이고 금리도 0.1%에 불과해 은행들의 이권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미 재무부의 제재로 원화 결제가 무산됐다며 아쉬워했다.

    신 회장은 이번 전쟁의 장기화 우려와 관련, “전쟁이 격화하며 이란이나 레바논 등은 물론 페르시아만 인근 나라들의 피해도 커질 것”이라며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공황에 준하는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에서는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뒤 종전 조건으로 ‘피해 배상’과 ‘미국·이스라엘의 재침략 금지 보장’을 내세우며 전쟁 장기화를 예고한 상태다. 이는 트럼프 입장에서 수용 불가능한 조건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코란의 원칙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왔다. 올 초 전국 시위에서 봤듯이 역동적인 젊은층이 많아 민주화 역량이 있는 국가인데 트럼프가 1기 때부터 압박책을 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유대인 사위(재러드 쿠슈너), 주변 ‘예스맨’들로부터 ‘이란을 공격하면 시민들이 봉기할 것’이라는 꼬임에 넘어갔다”고 유추했다. 이어 “결국 트럼프나 네타냐후나 정치생명을 위해 전쟁을 시작했지만 이란이나 네탸냐후나 끝을 보려는 입장”이라며 “이란에서 하메네이의 폭사에 대해 ‘순교’라고 강조해 트럼프가 마음대로 발을 빼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년)이나 이라크 전쟁(2003~2011년), 베트남 전쟁(1960~1975년)을 고려하면 이번 전쟁에서도 자칫 미국이 수렁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설령 이란의 중앙정부가 패퇴하더라도 지역 혁명수비대와 민병대가 게릴라전을 펼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4년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한 압박을 받던 러시아가 유가 급등과 미국의 제재 완화로 기사회생하게 됐다”며 “물밑에서 이란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경제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각국이 자국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며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기뢰 설치 등 해협 봉쇄를 꺾기 위해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기지인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란이 미국과 관계된 페르시아만의 석유·가스 선적항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다시 트럼프도 하르그섬의 석유시설을 폭파할 경우 석유 폭등 사태가 올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에 항복하거나 화해를 하면 정권이 무너져 절대 응할 리가 없고 화해 하더라도 트럼프 이후 정권과 할 것”이라며 “평화헌법의 무력화를 꾀하는 일본이 자위대를 호르무즈에 파견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덴만에 있는 함정을 호르무즈에 보내면 그 뒷감당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 무엇보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와 이란 등 중동 국가들과의 방산·건설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전쟁 장기화,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종전 후 현지 재건이나 자원 개발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차제에 외교의 그랜드 플랜을 다시 세우고 산업·금융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쿠르드족 참전 오보에서 보듯이 우리 언론은 테헤란이나 텔아비브 특파원 없이 서방 언론에 의존하는데 균형있게 접근해야 현실적 대응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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