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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생생확대경] 누가 충청도를 팔아넘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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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충남 행정통합 사실상 무산...37년 만 재결합 좌초

    충청서 시작했지만 광주·전남만 통합특별시 탄생 기현상

    통합 무산으로 지역선 여·야 책임론 대두...'내로남불' 비판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두 지역의 통합은 1989년 충남도 산하의 보통시였던 대전시가 직할시로 승격·분리된 후 37년 만의 재결합으로 주목받았다.

    통합 논의가 처음으로 나왔던 2024년 당시 대전시와 충남도는 통합 인구 357만명 규모로 지역내총생산(GRDP)은 197조원으로 전국 3위, 수출액은 970억달러로 전국 2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수도권에 버금가는 독자적 충청권 경제벨트가 구축되고, 초거대 지방정부의 탄생으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과 국가 전략사업 유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통합의 명분이었다.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산업 기반이 결합해 대한민국의 경제과학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통합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혔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 대전시와 충남도, 양 지방의회는 모두 통합에 동의하면서 지난해 국민의힘 주도로 대전·충남통합특별시 특별법이 발의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도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전·충남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행정통합 추진을 주문하며 대전·충남 통합을 ‘광역 통합 1호’로 거론했고, 이어 당·정이 속도전을 펼치면서 행정통합은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발의한 대전·충남통합특별시 특별법안에 대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반발하면서 대전·충남 통합은 멈췄고, 광주와 전남만 통합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기현상을 목격하게 됐다. 결국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이달 국회 회기 내에서도 불발될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일정상 늦어도 내달 초까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합단체장 선출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치권의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지역에서는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공언한 20조원의 재정 지원이 사라졌고 공공기관 우선 이전 특례마저도 다른 통합시에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통합에 반대한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재정과 자치 권한이 실질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행정 통합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매년 8조 8000억원 규모로 거론돼 온 영구적 조세권 이전과 함께 인사·조직·사업권 등 준연방정부급 자치 권한이 법안에서 빠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법안을 철회하고 분권 취지에 맞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모두 상대를 향해 ‘매향노’(고향을 팔아넘긴 자)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마저 서슴치 않고 있다.

    통합이 무산된 배경에는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 정체성 갈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주민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오래 남는다. 통합을 주장했던 세력 모두 주민투표 등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일을 외면했고 몇 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가 전부였다. 이들의 행태는 매향노라기 보다는 ‘내로남불’이 더 맞는 표현인 듯하다. 정치권 인사들은 모든 일은 선거에서 책임진다는 말로 자신들의 치부를 쉽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역사는 좀 더 오랫동안 이들의 잘못을 꾸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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