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의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은 시장 경쟁 속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민간 기업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재(public goods)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조직이다. 공항 운영, 전력 공급, 철도, 수자원, 데이터 인프라와 같은 분야는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다. 이런 영역은 시장에 맡기기 어려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기관을 통해 관리한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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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이 구조적 특성에서 발생한다. 공공기관은 민간 기업처럼 시장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는다. 민간 기업이라면 효율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경영이 부실하면 퇴출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 적자가 발생해도 정부 재정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조직이 비대해져도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기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이 비대해지고 경영이 방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공공기관 구조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관이 설립될 당시에는 정책 목적이 분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중복되고 조직이 과도하게 분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전력 산업의 경우 발전 공기업이 다섯 개로 나뉘어 있고, 공항 운영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체계가 분리돼 있다. 정책 목적보다 조직 유지 논리가 더 강해지는 순간,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조직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되기 쉽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조직을 단순화하고 기능을 통합하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운영 역량과 수익 구조를 지방 공항 활성화와 연결하는 방식은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이다. 전력 발전 자회사 역시 기능과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물론 공공기관 통폐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조직을 합치는 것만으로 효율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처럼 기능이 중복되고 조직이 분산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결국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에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 편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세금과 국가 자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효율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조직 구조가 지나치게 분산돼 행정 비용이 늘어나고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이번 공공기관 개혁 논의는 단순한 구조 조정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역할과 운영 원칙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능이 겹치는 기관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불필요하게 늘어난 조직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 동시에 통합 이후에는 책임 경영과 투명한 평가 체계를 강화해 공공기관이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의 기반 인프라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그 운영은 무엇보다 효율적이어야 하고 책임 있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번 통폐합 논의가 보여주듯, 공공기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조직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구조 개편 논의는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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