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이준서 첫 올림픽서 58위 “다음 목표는 30위권”
‘동계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알리려는 23세 소년
초록우산 지원 7년 “이젠 후배들 멘토 역할”
“크로스컨트리 하면 떠오르는 선수 되고 싶어”
이준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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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크로스컨트리 하면 제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이준서(23·경기도청)는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인간으로서는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기록과 순위를 좇는 선수의 답 같으면서도 종목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과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담긴 말이었다.
이준서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20km 스키애슬론에 출전해 58위를 기록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연속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계주 4위 ▷제106회 전국동계체육대회 5관왕 ▷제78회 전국종별스키선수권대회 5관왕 등 굵직한 성과를 이어왔다. 더 발전해서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했다.
“올림픽은 한 명만 간다” 가족과 함께 훔친 눈물
지난달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이준서에게 첫 올림픽 무대였다. 그는 출전이 확정됐을 때를 떠올리며 “가족들과 조금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1년 동안 준비한 시간이 한순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림픽 선발은 겨울 종목 특성상 1월 중순께 늦게 확정된다. 선발전 두 개 대회 성적이 60%, 전 시즌 성적이 40% 반영됐고 총 네 개 종목을 두루 잘 뛰어야 했다. 경쟁 상대는 두 명이었고 실력 차도 크지 않았다. 그는 “계속 1, 2등을 나눠 가질 정도라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대표팀 4년 차인 그는 처음부터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1년 차 때는 형들과 붙으면 쉽게 이기지 못했다. 다만 2년 차부터 해외 월드컵과 국제대회를 뛰며 경험을 쌓으면서 경기력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등 해외 여러 경기장을 타보면서 경험을 쌓았고, 이후 한국 대회에서도 성적이 계속 좋아졌다”고 했다.
이준서 선수가 2025 크로스컨트리 FEC대회에서 3등을 차지한 모습. [초록우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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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장은 TV로 보는 것과 직접 뛰는 느낌이 달랐다고 했다. 그는 이미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을 경험했지만 이번 코스는 특히 더 어려웠다고 했다. 이준서는 “외국 선수들도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며 “한국 코스는 2.5km 정도지만 외국 코스는 훨씬 길고 언덕도 높고 위험한 코너도 많았다”고 했다.
남자 20km 스키애슬론 종목에는 총 75명이 출전했다. 이준서는 이 중 58위를 기록했다. 의미 있는 성적이지만 그는 아쉬움을 먼저 말했다. 올해 세운 목표가 50위권 진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선수들은 훈련 환경 자체가 다르다”며 “58위를 했지만 목표를 달성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경험은 분명한 자산이 됐다. 그는 아직 U-23 무대에도 설 수 있는 주니어 선수로 분류된다. 그는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며 “올림픽을 일찍 경험해 본 만큼 다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더 잘 알게 됐다”고 했다.
“동계 마라톤 같은 낯선 종목을 알리고 싶어”
이준서가 설명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동계 마라톤’이다. 그는 “스키를 신고 오르막·내리막·평지 코스를 가장 빨리 완주하는 사람이 1등인 종목”이라며 “여름에 러닝이 붐이라면 크로스컨트리는 겨울 눈밭에서 하는 비슷한 감각의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러닝에 큰 관심을 보이듯 크로스컨트리도 충분히 대중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이준서는 “스키를 신고 러닝 하는 것과 유사한 동작이 많다”며 “숨이 차고 근육이 타들어 가는 느낌을 눈밭에서 느낄 수 있는 종목”이라고 했다.
스키를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대관령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작은 학교에 스키부가 활발했다. 그는 “그전에도 태권도·검도·육상 등 여러 운동을 했고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며 “학교에서 스키부가 붐이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알파인 스키처럼 내려오는 종목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사를 오르는 크로스컨트리였다. 그는 “왜 스키인데 계속 언덕을 올라가나 싶었다”며 “이렇게 힘든 운동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시합에서 성적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오게 됐다고 했다. 친누나 이지예 선수도 같은 종목 선수인 점도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도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더 알려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체험 기회와 경기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러닝 붐도 처음부터 예상된 건 아니었다”며 “체험 행사나 일반인 대회가 늘어나면 종목이 더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그 출발점은 성적이라고 믿는다. 그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성적을 내서 종목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하나뿐인 경기장…환경의 한계를 넘어서
크로스컨트리는 한국에서 훈련 여건이 좋은 종목이 아니다. 이준서는 국내 환경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는 사실상 경기장이 하나뿐”이라며 “알펜시아 대관령 경기장 2.5km 코스가 한국의 유일한 경기장”이라고 했다.
반면 외국은 다르다. 그는 “일본만 해도 50개 정도 경기장이 있다”며 “유럽은 경기장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따로 참가 신청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강가의 투어링 코스도 많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같은 코스를 반복해 탈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준서 선수가 여름에 롤러스키 훈련을 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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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스키는 체력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장비와 왁싱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그는 “스키는 왁스로도 실력이 갈린다”며 “외국은 선수 한 명에게 스태프가 대여섯 명씩 붙어 장비 테스트를 다양하게 한다”고 했다.
여름 훈련도 혹독하다. 겨울철을 위해 비시즌에 체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름에는 롤러스키와 사이클을 주로 탄다”며 “많을 때는 100km까지 타고 운동이 끝나면 거의 못 움직일 정도”라고 했다. 피부가 화상처럼 빨개질 정도로 햇볕 아래서 훈련하는 날도 많다고 했다.
그런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있으니 계속 훈련만 하게 됐다”고 했다.
“스키 인생의 반을 함께해”…초록우산 아이리더의 힘
이준서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 큰 힘이 된 존재가 있다. 초록우산 아이리더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다.
이준서는 “스키는 나이가 들수록 돈이 더 많이 드는 종목”이라며 “경쟁력을 높이려면 장비와 전지훈련에 투자해야 했다”고 했다. 바로 그 시기에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다고 했다.
아이리더는 재능이 있지만 현실적 여건 때문에 꿈을 이어가기 어려운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아이리더는 한 번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7~8년 동안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스키 인생의 반을 초록우산과 함께한 셈”이라고 소개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장비였다. 그는 “스키 장비는 한 대에 100만원 정도 하고 좋은 장비를 쓸수록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했다. 장비뿐 아니라 전지훈련에 추가로 드는 숙소비·교통비·항공권 등도 큰 부담이었다. 그는 “전지훈련 한 번에 1000만원 가까이 들 때도 있다”며 “아이리더 지원 덕분에 장비를 살 때 망설이지 않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리더 지원 이후 경기력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했다. 이준서는 “세계 수준의 좋은 장비를 쓰고 경제적 부담이 줄면서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점이 컸다”고 했다.
그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초록우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선배 아이리더로서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2030 프랑스 알프스 올림픽에선 30위”
비시즌 산악 훈련 중인 이준서 선수. [초록우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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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시선은 벌써 다음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다음 올림픽이 너무 기대된다”며 “다음 시즌 월드컵에서 50위권 안에 들고, 올림픽에서도 그 목표를 유지한 뒤 30위권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어릴 때는 성적보다 스키를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근육이 다 터질 것 같을 때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크로스컨트리의 매력을 설명했다.
결국 이준서가 말하는 목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종목을 알리고,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선수.
그의 나이 아직 23세. 하지만 이미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현재이자 미래를 함께 짊어진 선수다.
“크로스컨트리 하면 이준서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한 선수의 바람을 넘어 이 종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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