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 12일 신규 전기차 브랜드 ‘0 시리즈’의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리미엄 전기 SUV ‘어큐라 RSX’의 미국 생산 및 출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미국에서 진행하던 전기 크로스오버 ‘어큐라 ZDX’ 생산을 1년 만에 중단했는데, 이후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단종 모델을 추가한 것이다.
혼다는 2040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날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러한 목표에 대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출혈을 멈추겠다”고 했다. 혼다는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늘리기로 했는데, 이러한 전략 수정으로 2026회계연도까지 최대 2조5000억엔(약 23조4000억원·157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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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략의 후퇴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기업은 더 있다. GM은 미시간주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고, 내연기관차 조립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설비 관련 비용이 발생했다. 여기에 전기 상용 밴 ‘브라이트드롭’의 캐나다 생산도 종료하면서 지난해 3~4분기에만 76억달러 손실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한 포드는 195억달러, 전기 픽업 ‘램 1500 BEV’ 등 출시를 취소하고 내연기관 엔진을 부활시킨 스텔란티스는 26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혼다를 비롯한 4개 기업이 전기차 계획 축소로 발표한 현재까지의 손실은 총 688억달러(약 102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는 “이러한 손실은 완성차 기업들이 수년 전에 예상한 만큼 전기차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현대차는 ‘EV 전략 방향성’ 자료를 통해 2025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56만대 이상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기아를 포함한 그룹 전체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25년 85만대 이상으로 제시했다. 2023년엔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 200만대로 늘리고, 2032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200만대 목표치를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차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를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확대하고, 제네시스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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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미래 목표를 전기차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차까지 합한 ‘친환경차’로 새로 제시했다. 2030년 친환경차 판매량을 330만대로 잡았는데, 전기차 별도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판매한 전기차는 현대차 27만2000대, 기아 25만6000대 등 총 52만8000대다. 2019년 제시한 85만대 목표엔 크게 못 미쳤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아예 포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조금 폐지를 비롯한) 미 연방 규제가 새로운 행정부에선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고, 이는 비용 절감과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및 배터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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