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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시장의 맥]중견국 협력 구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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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총리, '중견국 전략' 제시

    미중 동시 경제압박, 필요성 대두

    중견국 간 네트워크 구축도 과제

    아시아경제

    올해 초 다보스 포럼(WEF)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 국제질서를 단순한 '전환'이 아닌 '단절'로 규정했다.

    특히 그는 강대국들이 관세와 공급망을 지정학적 무기로 삼는 상황에서, 중견국들이 결집하지 않으면 결국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의 '고립주의'와 중국의 '권위주의'적 공세 사이에서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중견국 전략(Middle-power Strategy)'을 제시했다.

    카니 총리는 중견국 간 공조를 통해 관세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견국 외교 브랜드를 내세워, 중견국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이 실질적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동맹국들까지 압박하고, 중국은 미국에 협력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강압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중견국 중 하나로, 중견국 협력 구상을 구체화해 미·중 간 선택의 강요에서 벗어나 통상외교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카니 총리가 제안한 중견국 연합은 트럼프 이후 재편될 세계질서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마지막 카드'로도 이해될 필요 있다. 물론 지난해 대미 관세 협상에서의 중견국 공조는 거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각개격파' 전략에 각국이 휘말리면서 협력보다 각자도생의 길을 택해 경쟁적으로 미국과 개별 관세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가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양상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중견국 협력이 구조적 딜레마를 극복해야 할 이유와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관세 협상 공조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규범 재건의 측면에서는 중견국 협력은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예컨대, 중견국들이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공동 제소하고 상소기구 기능 복원을 위한 집단적 압력을 행사하며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가 GATT 제1조(최혜국대우) 및 제2조(양허관세)에 위배된다는 공통 법리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개별국의 단독 제소는 미국에 의해 무시될 수 있지만, 20개국 이상의 중견국들이 동일한 논리로 동시 제소할 경우 국제법적 선례와 기록이 축적되어 장기적인 규범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인 관세 인하보다 훨씬 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공급망 재편과 중견국 간 상호보완적 네트워크 구축도 긴요한 과제다. 대중국 및 대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는 대부분의 중견국이 공유하는 핵심 이해관계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핵심광물,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기술, 호주의 희토류, 일본의 정밀부품 제조 역량을 결합한 공급망 네트워크는 미·중 갈등 구도에서 벗어난 대안적 생산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다변화를 넘어, '우리에겐 대안이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제시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디지털 및 기술 표준 분야에서도 중견국 간 협력 여지는 크다. 인공지능(AI) 거버넌스, 디지털세, 데이터 이동 규범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이때 중견국들이 독자적인 규범 블록을 형성한다면, 양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표준 제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상 정보의 공유와 미국의 분열 전략에 대한 공동 대응 역시 중요하다. 미국은 각국에 상이한 조건을 제시해 중견국 간 불신과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견국들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협상 조건을 상호 공유하는 정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완전한 투명성은 어렵더라도, 핵심 사항에 관한 정보공유 채널을 운영해 미국의 정보 비대칭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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