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정지 상태다. 가장 좁은 구간 폭이 21해리(약 39km)라 이란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가시화되자 민간 유조선들 통행이 완전히 끊겼다.
12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통이 정체된 가운데 칼리스토 유조선이 술탄 카부스 항구에 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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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각) 로이터와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을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이번에는 백악관 성명으로 해협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 연합체 결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에서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는 이란의 폭거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동맹국들은 자국의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 군함 파견 같은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름에도 주요 국가들은 독자적인 생존로를 찾는 데 분주하다. 특히 인도의 행보는 미국의 구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들은 이날 인도가 미국의 다국적 연합군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했다. 인도는 타국 군대와 섞이기보다 자국 해군 자산을 독자적으로 활용해 상선을 보호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 이란은 두번째로 큰 석유 공급국이다. 인도 정부는 중동 지역 내 자국 시민들 안전과 연간 510억 달러(약 77조 원)에 달하는 송금액 손실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초기부터 이란 지도부와 긴밀하게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이미 이란으로부터 자국 선박에 대한 예외적인 통행권을 허용받는 등 실리적인 성과를 거뒀다.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을 위시한 군사적 압박에 동참하기 보다는 이란과 직접 거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란 측과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자국 에너지 물량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두 국가가 공식적인 확인을 피했다고 했다. 튀르키예는 이미 지난주 이란과 직접 협상해 자국 선박 1척 통행 허가를 받아냈다. 튀르키예 주요 매체들은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멈춰 선 나머지 14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란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란은 휴전을 구걸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함대가 오더라도 우리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즉각적인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이란에 대한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공격 중 니미츠급 항공모함 비행 갑판에서 미 해군 수병들이 급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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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도 간접적인 경로로 연합군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는 해협 내에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소해(掃海)함을 파견하라는 구체적인 주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해함은 군함이나 상선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수중 기뢰 등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로 확보는 한국과 일본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며 거리를 뒀다. 일본 외무성 역시 NHK에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즉각적으로 해군 함정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란과 오랜 외교적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평가했다. 이미 트럼프 정부 ‘상호주의 관세’와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 압박에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제 자국 군대 생명까지 담보로 하는 군사적 모험에 나서라는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특히 한국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상 이란을 적대시하는 연합군 참여가 오히려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요 매체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 팔을 비틀어 군사적 자산을 동원하려 하지만, 오히려 동맹 균열을 가속하고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앞에서 한 재한 이란인이 이란 정부 반대 및 미국 지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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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압박이 실질적인 물류 정상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로가 워낙 좁아 군함이 상선을 근거리에서 호위하더라도 이란 지대함 미사일이나 소형 드론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현재 런던 보험 시장 관계자들은 “군함의 호위가 있더라도 교전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상선들이 운항을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유조선 운임과 전쟁 보험료는 이미 통제 불능까지 수준으로 치솟아, 지금 시점에서 바로 해협을 통과하더라도 이전 가격표대로는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해상 호위 작전에 비해 군사적인 위험성도 현저하게 높은 편이다. 중동 에너지 분석가 미하이 후디스테아누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현재 미·이스라엘 연합과 이란 사이 갈등은 단순한 해상 분쟁이 아니라 실제 전쟁 상황”이라며 “이란이 해상 공급망을 장악해 전 세계 생태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군 군함까지 이 전장에 대거 배치될 경우, 의도치 않은 작은 충돌만으로도 3차 세계대전급 전면전이 터질 수 있다”고 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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