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화)

    [취재후일담] 국제유가 150달러의 공포… 벼랑 끝 석화업계, '수술' 만으론 부족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김영진 산업1부 기자


    아시아투데이 김영진 기자 = "세계는 배럴당 120달러짜리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이는 결국 경제적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텍사스 기반 석유기업 엘리베이션 리소시스의 스티븐 프루엣 CEO는 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의 회의 자리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연료 공급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입니다.

    국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석유 시장의 변동성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 거대한 지정학적 파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국내 석유화학 업계입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석화업계는 지금 전례 없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은 약세를 이어가는 반면, 유가 상승으로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가동률 조정 등으로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고유가 충격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감산에 들어갔고 경우에 따라서는 설비 가동 중단까지 검토하는 상황입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원가 부담까지 커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죠.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해 여수·대산·울산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단지에 입주한 16개 기업으로부터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받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세제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을 묶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구조 전환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구조조정이라는 '수술'과 함께 산업 전환을 버텨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수혈'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유사 공급 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시장 관리에 나섰습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석유 가격 관리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는 사이, 정작 고유가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기적으로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나 수입 나프타에 대한 할당관세 면제 조치를 연장하고 전력비 등 유틸리티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는 지원이 시급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R&D 세액 공제와 정책 금융 지원의 문턱을 대폭 낮추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대한민국 주력 수출 산업의 밑바탕을 지탱하는 핵심 기초 산업입니다. 뿌리가 흔들리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당장의 구조조정 성과에 급급해 산업 생태계 자체의 체력이 고갈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