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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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와 곱하기, 그리고 빼기와 나누기는 우리가 보통 사칙연산(四則演算)이라고 하는 네 가지 종류의 계산법입니다. 어릴 적에 수학(數學)을 산수(算數)라고 했는데, 아마도 산수의 범위에 속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산수는 누구나 해야 하는 수학의 기본적인 부분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은 산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에서 느끼는 사칙연산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제 마음을 움직인 빼기와 나누기의 차이에 대하여.
더하기와 빼기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곱하기와 나누기가 시작되면서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단위가 높아지면 더하기와 빼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이너스의 개념까지 들어오면 복잡하기 짝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래도 수학에서 제일 쉬운 부분이 사칙연산입니다. 인수분해, 미분, 적분 등으로 넘어가면 수학 포기 소리가 절로 납니다.
인생에서 사칙연산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모으다 보면 더하기의 삶이 시작됩니다. 돈도 모으고, 지식도 모읍니다. 아는 사람도 많아지니 사람도 더하게 됩니다. 더하기가 계속되면 왠지 숨이 막히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려놓고 싶다는 말을 하고, 덜어내겠다는 표현을 합니다. 지식을 위해서는 날마다 더하고, 깨달음을 위해서는 날마다 덜어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곱하기와 나누기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배로 불어난다는 말은 기쁠 때도 있지만 주로는 무섭습니다. 재산이 배로 불어나고, 몇 배씩 갑자기 늘면 무섭습니다. 인생에서 곱하기가 꼭 축복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삶에서 곱하기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더하기도 어렵고, 빼기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많습니다.
빼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남아있는 날짜를 하나씩 빼는 게 삶이기도 합니다. 옛 민요를 보면 100세를 산다고 해도 잠든 날과 병든 날을 다 제하고 나면 단 40도 못 사는 인생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남은 인생에서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참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습니다.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멍하니 있는 시간마저 제하면 얼마나 남을까요?
저는 몇 년 남은 직장 생활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빼기를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습니다. 7년이 6년으로, 6년이 5년으로 확확 줄어듭니다. 빼기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덜어내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덜어내기와 빼기의 느낌은 전혀 다르네요. 하루를 빼고, 한 달을 빼고 나면 곧 한 학기가 빠지고, 1년이 날아갑니다. 나이와 시간의 속도가 비례한다는 말도 실감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이 나누기로 옮겨갔습니다. 5년 반 남은 정년퇴직을 학기별로 나누어 본 겁니다. 11학기로 나뉘었습니다. 왠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1학기 동안 새로운 학생을 만날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새 학기에 새 학생을 만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느낌입니다. 학기를 달로 나누면 시간이 확 늘어납니다. 달을 주로 나누고, 주를 요일로 나누면 더 많은 날을 만나게 됩니다. 나누기는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겁니다.
생각이 그쯤에 왔을 때, 나누기에 대한 다른 표현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누는 것은 때때로 배가 되는 일입니다. 잘 알다시피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됩니다. 즐거움도 배가 되는 일입니다. 물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겠지요. 내 기쁨을 함께할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함께 기뻐할 사람도 많지 않지요. 어쩌면 내가 기뻐하지 않으니 그 사람도 기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남은 시간에 나누기의 삶을 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충실히 사용하면 더 즐겁고 기쁘지 않을까요? 기쁨과 즐거움과 슬픔과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도 나누면서 말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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