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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로터리] 보편적 시청권의 본질은 ‘국민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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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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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과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이 함께 응원하고 기뻐하는 문화 콘텐츠이자 사회적 경험이다. 이런 경기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만 볼 수 있다면 의미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주요 스포츠 행사를 시장 거래에만 맡기지 않고 국민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마련했다. 국민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것, 이것이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출발점이다.

    최근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방송법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왔다. 문제는 그 원칙이 현실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민이 무료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90%의 가시청 가구를 확보한 ‘유료 방송 사업자’가 단독 중계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도서 산간 지역 주민, 디지털 기기·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취약계층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제도상 기준은 충족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시청권은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중계권 거래 구조의 불투명성이다. 재판매 협상의 최대 쟁점은 가격이지만 중계권 계약 내용은 비밀 유지 조항에 가려져 있다. 그 결과 중계권료의 적정성이나 재판매 조건의 공정성을 행정 당국조차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핵심 자료가 부족하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중재와 시정조치도 한계가 있다.

    본 의원은 이 같은 배경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의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국민의 시청권보다 방송사업자와 중계권자 사이의 거래 질서를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개정안은 그 중심을 ‘거래’에서 ‘국민’으로 옮기는 데 의미가 있다. 국민의 시청권을 제도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도록 중계권 거래 구조와 관리 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보편적 방송 수단을 ‘국민이 별도 비용 부담 없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으로 정의하고,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행사를 국민 전체 가구의 9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영국과 유럽처럼 공영 지상파 방송(KBS·MBC)을 통해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도록 중계권자와 공영방송에 일정한 의무를 부여했다. 아울러 방미통위가 실질적인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중계권 계약 내용을 행정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다. 물론 사업자의 영업 비밀은 법에서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리스티드 이벤트(Listed Events)’ 제도를 통해 올림픽·월드컵 같은 국민적 관심 행사가 유료 플랫폼에만 독점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2024년 제정된 미디어법(Media Act)은 이 제도를 전통 TV뿐 아니라 스트리밍 등 프로그램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했다. 영국 제도의 핵심은 중계권이 거래될 경우 무료 방송이 합리적인 조건에서 권리를 확보할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다.

    영국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보편적 시청권의 핵심은 국민이 주요 스포츠를 실제로 쉽게, 무료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업자 간 거래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청권을 가장 앞에 두고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적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선언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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