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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기자의 눈] 오락가락 거래시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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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시그널부 정유민 기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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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연장 시간대에는 유동성 공급자(LP) 없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격 없는 메뉴판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며 ETF LP의 선택적 참여 방침을 꺼내들었을 때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러 기초자산에 분산투자하는 ETF 특성상 적정 가격 형성을 위해 LP 역할이 필수적인데 참여를 자율에 맡길 경우 가격 왜곡과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거래소는 연장 시간대 LP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인력과 비용 부담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다시 유동성이 풍부한 일부 ETF만 연장 시간대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책 방향이 몇 달 새 계속 바뀌는 셈이다. 처음부터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거래시간 연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LP 운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증권사와 운용사들의 인력 문제, 전산 구축 여력 등을 사전에 충분히 점검했는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상장지수상품(ETP) 매매 체결 과정에서 전산 오류로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래소는 단순 데이터 불일치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시간 확대를 앞둔 상황에서 전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연장 시간대 ETF 거래 대상까지 제한될 경우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미 ETF 시장에서는 거래 대금이 많은 대형 상품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연장 거래까지 일부 종목 중심으로 운영되면 대형 운용사의 인기 ETF로 거래가 더욱 쏠리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거래소는 당초 올해 6월 말로 예정했던 거래시간 연장 시행 시기를 하반기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도 설계 단계에서 점검했어야 할 문제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거래시간 연장은 K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제도는 충분한 논의와 준비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 없이 서두른 제도는 경쟁력이 아니라 혼란만 남길 뿐이다.

    서울경제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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