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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교육 자율성 없인 경제 혁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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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초격차' 펴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새로운 기술·산업 예측하기 어려워

    좋은 경영자는 좋은 질문하는 사람

    "신사업 허용하는 규제 전환 필요"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은 어떤 기술과 서비스가 어디서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예요. 제도를 바꿔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신간 ‘다시, 초격차’를 출간한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현 오렌지플래닛 이사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오렌지플래닛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5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반도체 총괄사장과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끈 인물이다.

    권 전 회장은 한국 경제의 정체 배경으로 경직된 규제와 교육 제도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발전 과정에서 기득권 구조가 굳어져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성공 모델에 기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전 회장은 혁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재산권(IP)과 콘텐츠,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까지 주 단위 근로시간으로 묶어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교육 분야 역시 각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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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사진=쌤앤파커스).


    기업의 흥망 가르는 건 ‘미래 읽는 리더십’

    권 전 회장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가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노동, 산업 정책 전반에 걸쳐 낡은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는 입시 중심 교육이 창의적 인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고,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첨단 산업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를 지금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제도가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리더가 있어도 10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의 경영 환경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권 전 회장은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선도 기업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예측조차 어려울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라며 “기업의 흥망은 리더가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읽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리더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경영 철학도 밝혔다. 그는 “좋은 경영자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며 “리더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조직도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경영 방식을 예로 들며 “이 회장은 직접 지시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직된 규제 시스템을 지목하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이 ‘포지티브 시스템(허용된 것만 가능한 방식)’을 유지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은 금지된 것만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에 가까워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등장하기 쉬운 구조”라며 “한국도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포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점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봤다. 기술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경영자 시절 성공했던 것들은 모두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며 “지금 시대에는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내놨다. 그는 “과거에는 경쟁 업체가 많아 가격이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지만 지금은 플레이어(시장 참여 업체)가 크게 줄어 그런 구조가 아니다”라며 “반도체는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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