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첫 공급사로 삼성 확정
이재용 회장과 3시간 만찬 회동
엔비디아 이어 파운드리 수주 기대
PIM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 박차
네이버와도 ‘칩 수급 다각화’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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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처음으로 방한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메모리 구매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인공지능(AI) 칩 공급과 신기술 공동 개발에 이르는 전방위적 반도체 동맹을 약속했다. 특히 자사 최신 AI 칩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삼성전자가 우선 공급해주고 이렇게 만든 칩을 네이버가 국내 최고 성능의 AI 모델과 서비스 운영에 쓰기로 했다. 업계는 수 CEO가 국내 양대 AI·반도체 기업을 콕집어 우군으로 확보, 엔비디아로부터 독자적 생태계를 꾸리는 ‘탈(脫)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려는 구상을 본격화했다고 봤다.
리사 수 CEO는 이날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수 CEO는 MOU를 통해 신형 칩 ‘인스팅트 MI455’에 필요한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지정했다.
인스팅트 MI455는 AMD가 엔비디아 ‘베라 루빈’에 대항하기 위해 추론 성능을 전작 대비 10배 올려 개발한 AI 칩이다. AI 칩 경쟁이 연산 핵심 역할을 하는 HBM 수급 경쟁으로 바뀌면서 엔비디아에 이어 AMD도 업계 최고 성능을 구현한 삼성전자를 최우선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앞서는 1c D램, 4nm 베이스다이 공정으로 HBM4를 개발해 지난달 양산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이어 AMD를 HBM4의 두번째 빅테크 고객사로 두며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점유율 추격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양사는 파운드리 수주와 차세대 칩 공동 연구 등 반도체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파운드리 수주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AMD는 주로 TSMC를 통해 AI 칩을 위탁 생산해왔지만 반도체 수요 급증에 TSMC의 첨단 공정 캐파(생산능력)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협력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2위로서 최근 신형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 생산을 맡는 등 빅테크의 TMSC 대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에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 참석했던 한 사장도 하루 만에 서둘러 귀국해 수 CEO를 맞이했다는 후문이다. 수 CEO는 이날 오후 2시께 평택사업장에 도착해 삼성전자 측 안내를 받아 생산 인프라 경쟁력을 확인한 후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 기술 리더십과 인스팅트 등 AMD 플랫폼을 결합하게 돼 매우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장인 이후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 마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수 CEO 간 만찬에도 동석해 파운드리 수주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팁) ‘엑시노스’ 시리즈에 AMD의 아키텍처(설계 기술)가 적용됐고 차세대 메모리인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도 공동 개발 중인 만큼 관련 연구를 진척시키는 데 집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 CEO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최수연 CEO와도 만나 ‘AI 생태계 확장 및 차세대 인프라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양사는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에 최적화된 고성능 GPU 연산 환경 구축을 위한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을 공동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적화 등 기술 협력을 통해 네이버 AI 모델을 엔비디아가 아닌 AMD 칩으로 돌리는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최 CEO는 “AMD와의 협력은 네이버의 기술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AI 인프라 경쟁력을 높이는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 CEO는 이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역량과 클라우드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는 AMD의 차세대 AI GPU 기술을 혁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수 CEO가 클라우드 사업자이자 서버 시장의 큰손인 네이버와 손잡고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AMD 입장에서는 AI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대표 AI 기업을 자사 칩 고객사로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레퍼런스(고객사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에 수 CEO가 또다른 AI 강자 업스테이지와의 일대일 미팅을 잡은 점도 주목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역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AMD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 대항마로 개발 중인 주문형 칩(ASIC)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SIC용 HBM 수요는 2024년 대비 2028년 35배 급증할 전망이다. 네이버 역시 자사 모델에 필요한 칩 수급을 다각화하려 한다. 이미 인텔과 손잡고 AI 칩 ‘가우디’를 자사 모델에 최적화하는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독자 칩 ‘마하 1’ 개발도 시도한 바 있다.
수 CEO는 이날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약 3시간 동안 회동해 협력 방안을 추가로 논의했다. 이튿날인 19일 하정우 수석을 만나 국내 반도체 기업 등과 협력, 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축 등 AI 생태계 확충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또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사장과의 미팅도 예정돼 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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